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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Apr 01. 2020

코로나와 방구석 희노애락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꾸 집에서 무언가를 젓기 시작한다. 계란이나 커피를 400번 저어서 만드는 수플레나 달코나 커피를 만든다. 꼼짝달싹 없이 코로나에 묶인 사람들이 각자의 집에서 액체가 진득해질 때까지 휘휘 젓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안타깝고, 귀여운 현상이다.



꽃이 피고, 봄이 와도 계절을 만끽하기 어려운 요즘, 그럼에도 서로를 위해 집에 머무는 걸 택한다. 안팎으로 쏟아졌던 감정의 회오리가 모두 집안으로 모다. 세상에 벌어지는 기가 막힌 일 구석구석 찾아내 기필코 청원을 하기도 하고, 연이은 기부하는 이들과 열과 성을 다하는 의료진에게 마음이 찡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마주한 세상은 정말 무섭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에 걸린다. 출퇴근을 하는 동안 꽉 막힌 마스크를 쓴 채로 경계 채 피로에 젖고, 세상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뉴스를 보며 밤 잠 못 이루기도 한다.


평소라면 미루고 미루다 가장 마지막 즈음에야 하던 일을 눈앞으로 끌어당겨 찬찬히 살펴본다. 도르륵 말려있던 요가 매트를 펼치거나, 매일 살아가는 것에 치여 살펴보지 않 재정 상태를 점검하기도 한다. 물론 더 잦은 빈도로 손을 씻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고, 요리를 한다. 세상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퍽퍽하고, 이를 어떻게든 바로잡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 역시 짝반짝 빛이 난다. 잠시 거리를 두고 멈춰있는 이 시간 혼자 오롯하게 세상을 맞이한 채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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