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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Mar 13. 2022

세상에 툭 툭 내뱉기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변명.

요즘 젠지들을 보면 늘 신기할 때가 있다. 쏟아지는 숏폼 동영상과 브이로그 같은 것을 보면 흥미롭다고 생각하다가도, 내가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 셀프 브랜딩에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댄스 챌린지나 연기를 해야 하는 나라고? 10초 정도의 짧은 영상 안에 대여섯 번 표정이 바뀌는 챌린지를 따라 하는 나를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내가 새로운 제너레이션이었을 때를 돌이켜 보면  역시 문장과 글로 세상과 연결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나는 무엇 하나를 내어놓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세상이 필요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이 정도로 길게 고민할 정도면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게 아닐까. 끝없이 돌아간 것 같다. 여전히 비슷한 생각의 궤도를 맴돌고 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손 끝 하나를 움직여 뭔가를 움직일 때까지 드는 시간은 실로 어마어마해서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30분짜리 브이로그를 보고 누워만 있던 주말 오후 청소를 시작하고, 감동하고, 잘 살아 보고 싶어 진다. 순발력을 번뜩이는 흥미로운 숏폼 영상은 아마도 영원히 찍지 못하겠지만(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이제는 짤막한 단상을 담은 글을 세상에 툭 툭 내뱉어 보려고 한다. 커다란 목적 없이. 그저 재미나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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