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시작, 쿠싱증후군

반려동물은 처음이지만, 잘 키워보고 싶어

by 채담이

불행의 시작은 21년 4월 5일(월) 오후 3시경 동물병원에서 시작됐다. 여느 때와 똑같이 송이 발톱도 자르고, 예방접종 하러 병원에 간 날이었다.

"강아지도 건강검진을 해야 돼요. 몸무게 재고, 혈액검사랑 해야 되는데. 오늘 할까요?"하고 수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엄마가 나에게 "어떻게 할까?"라고 물어보셨고, 나는 "온 김에 하자."라고 대답했다.

검사 시간은 1시간 정도 소요되었는데. 송이는 검사가 끝나고 나오자마자 안아달라고 하고, 덜덜 떨면서 집에 가고 싶은지 낑낑거렸다. 엄마는 송이를 안고 쓰따듬어주면서 "다했어. 이제 집에 갈 거야. 잘했다."라고 하면서 토닥이고 달래주셨다.


검사 결과가 30분 정도 후에 나왔는데 나랑 엄마, 송이 셋이서 진료실에 들어가서 결과를 들었다. 수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심각해서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지금 검사 결과가."하고 수치를 여러 번 확인한 후에 이야기해 주셨다.

"결과상으로는.. 쿠싱증후군이네요." 순간 진료실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쿠싱증후군이 뭐예요?" 엄마가 수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보셨다.

"당뇨 전 단계라는 거예요. 당뇨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때, 나는 머리가 띵했다. 강아지도 쿠싱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니..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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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처음 쿠싱증후군으로 진단받았을 때 병원에서 적어온 내용이었다.

이후에 검사할 때 가루약 먹고 4시간 이내 내원해서 검사해야 하고, 약 다 먹고 나서 재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동물병원은 부르는 게 값이라서 약값은 매달 13만 4천 원씩 나온다고 했다.

약은 두 가지로 당뇨약, 가루약으로 나눠져 있었고, 가루약은 12시간 간격으로 먹여야 하고 당뇨약이랑은 시간차를 두고 먹여야 했다.

당뇨약은 1스푼씩 먹이면 되는데 수의사 선생님께서 일단 2달치를 먹여 보자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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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을 받고 약을 타서 집에 온 송이는 평상시랑 똑같이 장난감을 물고 놀았고, 나와 엄마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자 멀뚱히 우리를 쳐다봤다. 엄마는 평상시처럼 송이랑 잘 놀아주고, 일단은 지켜보자고 했으니 약 잘 먹이고 다음에 병원 가서 검사 다시 해보자고 하셨다.


송이가 아플 때도 걱정이고 내가 못 해줘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쿠싱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챙겨 먹기까지 해야 한다니. 그동안 송이한테 신경을 못 써주고, 너무 못 해줬다는 생각에 송이한테 미안하고 죄를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이는 아무렇지도 않게(혹은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런 건지) 장난감을 물어오고 놀아달라고 하고, 낮잠을 자고, 간식을 먹었다. 송이가 아무렇지 않아 하고 평소와 똑같이 씩씩하게 잘 지내줘서 고마웠다.


사료를 먹을 때 당뇨약이나 쿠싱약을 타서 먹여야 했는데, 이때는 조금 난관이 있었다. 처음 보는 가루가 사료에 섞이자 송이는 먹지 않고 냄새만 맡고 킁킁거렸고, 뒷걸음질 쳤다. 사료를 한 알씩 주자 먹기 시작해서 사료그릇에 물을 살짝 섞어서 약과 사료를 같이 먹여봤다. 물을 탔을 때는 가루만 탔을 때보다는 거부감이 덜 했는지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쿠싱증후군 약과 당뇨약을 열심히 먹이고, 평소처럼 잘 뛰어놀고 잘 자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한 달이 지난 후에 병원에 다시 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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