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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작가 Nov 04. 2022

늦가을이라는 고질병

나의 계절병 극복 노하우


딱 작년 이맘때였다. '어느 날 나에게 무기력이 찾아왔다'라는 매거진을 발행하기 시작한 것이 딱 1년전이다. 물론 글을 몇 개 쓰지 않아 '강릉 한 달 살기' 떠나는 바람에 중단되었지만. 


당시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겹쳐서 무기력해졌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불타오르던 분야(시각디자인)에 대한 의욕상실, 이어지는 앞으로의 방향성 상실, 하고 싶은 일의 부재, 이별 등등. 하지만 생각해보니 늘 이맘때였다. 


필요 이상으로 마음속이 깊어지면서 가라앉는 계절. 

늦가을. 늦가을에 찾아오는 알 수 없는 무기력과 묘한 쓸쓸함은 어쩌면 병이다. 흔히 '계절탄다'라고 표현한다. 나는 '늦가을'자체를 병명으로 정의하고 싶다.




늦가을의 징후


 #1.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늦가을이 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지는 않는다. 하지만 즐거워서 하던 일도 좋아서 자꾸 하고 싶던 일도 다 귀찮아진다. 별다른 의지 없이도 술술 할 수 있었던 일을 하는데도 의지가 필요해진다. 


#2. 마음이 가라앉는다.


마음의 기본 레벨부터 동동 떠다니던 들뜬 마음까지 물뿌린듯 차분차분 가라앉는다. 안정적이고 고요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한단계 쿵 내려앉은 채로 그 속에서 요동친다. 무겁고 둔탁하게, 하지만 끊임없이. 기분이 쉽게 좋아지지도 신이 나지도 않는 상태가 된다. 평소에 하지 않던 생각들을 하면서 쓸데없이 심중해진다.


#3. 방향성을 잃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마음도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4.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진다. 가만히 있으면 한없이 무기력하고 무거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 별로 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벌이게 된다. 작년의 경우 '독서모임운영' '강릉한달살기'가 그 결과이다. 둘 다 한 달 만에 끝나버렸지만 늦가을 극복 프로젝트로 꽤나 생산적인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올해는?

올해의 늦가을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늦가을을 슬기롭게 보내는 법


1. 브런치에 부지런히 글을 쓴다.


브런치 작가 승인이 나서 신나하던 그 때를 떠올려보라. '글을 쓰고 나누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확보한 것 같아 뿌듯하던 그 때 그 마음을 떠올려보다.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써도 모자랄 판에 1년 내내 가만히 있다가, 어쩌다 생각나면 반짝 썼다가, 또 다시 방치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생각을 머릿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글에 풀어보자.


2. 하기 싫은 일을 한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겠다던 생각을 다시 점검해보자. 순수하게 '하고 싶기만 한 일'은 많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생활'이 계속되는 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고 싶은 일만 하려하는데 하고 싶은 일이 많지 않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 익숙해지니 '너무 좋다'에서 '당연하다'로 변해간다. 하기 싫은 일을 해보면 지금이 얼마나 근사한 상태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지 않을까?


3. 생각만 해왔던 일을 펼친다.


계속 생각해오던 일이 있다. 걸리는 부분이 많아서 차마 실행하지 못했던 일이 있다. 하지만 한 번 펼친 일을 평생 지속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지나치게 신중할 필요는 없다. '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자신감이 있어도 망하는 판에 자신이 없이 시작하면 당연히 망한다고. 하지만 '망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있을 때 무언가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망해도 괜찮으니까 생각만 하던 일들을 자유롭게 펼쳐내며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깊어가는 늦가을. 이 계절이 지나가면 겨울이 올 것이다. 겨울이 되면 햇살이 더 귀해져서 온기가 그립고, 추위에 움츠러들고, 칼바람에 괴로울 수도 있다. 늦가을의 무기력이 차라리 그리울만큼 춥고 시릴 수 있다. 


늦가을을 슬기롭게 보내 마음이 단단해지면, 겨울의 추위 정도는 별 거 아닌게 될 거라 생각한다. 추위는 따뜻함과 안락함을 더욱 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잊고 있던 소중함을 실감하게 해준다. 마음만 제대로 먹고 있으면 계절을 타고 들어오는 계절병은 금세 극복할 수 있다. 


가라앉기 쉬운 이 계절. 자꾸만 가라앉고 있다면 마음을 살펴보자. 그 안에서 계절병 극복 노하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발견했다면 실행해야 한다. 


그래.


'망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하기 싫은 일'도 척척해내면서 글을 '부지런히' 쓰고, 생각도 '펼쳐'내야지.

늦가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시작이라도 해야겠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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