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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 Jul 09. 2024

단둘이 보내는 시간의 밀도

남편에게 공짜 영화표 두 장이 생겼다. 주말에는 4인 1조 생활을 하기 때문에 평일에 연차를 냈다. 단둘이 영화를 보러 가는 건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이었다. 이번 주말에 둘째 아이는 네 돌이 된다. 상영관은 <탈주>가 점령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핸섬 가이즈>를 예매하고 갔다.


금요일 정오에 영화관은 한산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화장실을 다녀오고 매점에서 팝콘과 콜라를 샀다. 남편은 콜라, 나는 팝콘을 들고도 손이 하나씩 남아서 잡았다. 평소에는 작은 손을 잡고 작은 사람을 챙기느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영화는 장르 그대로 웃기고 무서웠다. 남편은 영화를 보던 중에 원작 <터커&데일 vs 이블>을 예전에 다는 게 기억났다며 B급 영화를 A급 배우들이 연기해서 아쉬웠다고 했다. 나는 영화랑 상관없이 극장 데이트가 좋았다. "좋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다음 코스는 마트였다. 아이 생일상을 차릴 재료를 사러 갔다. 미역국, 잡채, 불고기. 오물거리면서 먹을 입과 오동통한 볼살을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났다. 남편과 단둘이 보내는 시간의 밀도를 아이들이 절로 올려주었다.


인간은 음식 없이 40일을 살 수 있고, 물 없이 3일을 살 수 있지만, 의미 없이는 35초도 살 수 없다고 하더라. 9주년의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하루의 의미를 새겨본다. 얇은 막처럼 겹겹이 쌓여 나를 구성하는 나날을.



사진: UnsplashShivendu Shuk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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