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속이 편안할 메뉴로식사를 준비할 테고, 하원 하교 퇴근 후에 집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휴식하기에 좋을 테고, 가장 신선한 재료로 장을 봐서 따뜻한 저녁 식사를 준비해 놓을 테니까. 무엇보다 더 이상 2인 1조로 시간 테트리스를 할 필요가 없어서 (그는 모르겠고) 내 삶의 질은 확실히 올라갈 것이다. 예고도 없이 아픈 아이들 걱정으로 단단히 뭉친 긴장감이 사르르 녹아 사라질 테니까.
집 안에서만 일주일을 생활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그는 대문자 I, 내향형 인간이다. 현재 반은 재택근무 반은 출근하는 월급 생활자다. 반은 원주에서 살고 반은 서울에서 산다. 주말부부는 아니지만 평일반쪽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생활 패턴에 대해 불만은 없다. 그가 재택근무하는 동안은 반업주부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관심사 분야의 회사에 취직해서 일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면서 일하는 듯 보였다. 그런 사람의 꿈이 전업주부라니.
나는 그의 벌이까지 책임질 수없기 때문에 꽤나 직접적으로 물었다.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쭉- 개발을 좋아했다면서 갑자기 왜 일이 그만하고 싶어진 건데.
일이 하기 싫은 게 아닌데. 일보다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 해서 같이 먹고, 중간에 남는 시간에는 게임 몇 판 하면서 노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내가 개발을 좋아한다고 한 건 돈을 버는 일 중에서 가장 좋다는 의미였나 봐,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니까 그래. 돈을 안 벌어도 된다면 개발은 그만할래. 살림만 하고 싶어.
아차차 혹시 질문하는 내 말투가 너무 딱딱했던가. 직접적인 것과 공격적인 것은 엄연히 다르다. 나는 팀킬을 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한 편이다. 이정도 욕망은 문자 그대로 들어줄 수 있다. 고로 나는 질문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 그의 벌이까지 내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 주변 공기까지 내 편으로 끌어모으고픈 마음을 담아 나긋나긋한목소리로 말했다. 꿈이 있는 건 좋은 일이지, 희망적이야. 꿈을 향해 열심히 살아보자.
그는 '내 꿈을 이루어주라'며 눈을 찡긋거렸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에 마주보며 깔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