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서...
잠들기 전에 책 하나를 골라보았다. 책 제목은 ‘게으름’.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대학생 시절 샀던 책이다. 당시 내 스스로가 게으르다고 생각하여 골랐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생 시절 그리 게으른 편은 아니었다. 거의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고, 매 시간 단위로 세운 계획들을 잘 지켜 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나는 왜 ‘게으름’이라는 책을 골랐을까?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매일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사디스트처럼 만족감을 얻고 있었던 것일까?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최근 육아휴직을 내기 전까지 나는 주로 '행복', '여유', '느림'을 다룬 책들을 읽었다. 내 관심이 온통 그곳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앞만 보며 바쁘게만 살아온 나에게 이제는 잠시 쉬어도 된다는,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그런 책들에 손이 갔었던 것 같다. 그런 책들의 영향을 받아 결국 육아 휴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은 날씨가 좋으면 아이들과 놀이터에 가고, 집에 돌아와 함께 목욕을 한 후, 저녁 준비를 위해 요리를 하며, 아이들에게 밤늦게까지 책을 읽어 주며 행복하고 여유롭게 지내고 있다.
그런 나에게 오랜만에 집어 든 ‘게으름’이라는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나는 최근 몇 달 전까지도 매우 바쁘게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여유로운, 한편으로는 그 책에서 말하는 게으른 삶을 살고 있다. 늦게까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침에 늦게 일어나기 일쑤이고, 저녁에 쌩쌩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미리 체력을 보충한다는 명목으로 오후에는 낮잠을 자기도 한다. 이런 삶이 계속되다 보니 가끔 스스로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아니 오히려 날이 갈수록 그 전보다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경력 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하면서도 아주 가끔은 우울하다. 과거에는 대부분 우울 했고, 아주 가끔 행복했던 거에 비하면 훨씬 괜찮은 삶이지만 육아휴직 전까지 내가 책에서 읽었던 내용만큼 뭔가 여유로운 삶이 주는 혜택이 모두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왜 그럴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순간 어린 시절 읽었던 우화가 생각났다. 처음에 나귀를 끌고 가던 아버지와 아들이 나중에 동네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귀를 메고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냥 내 삶도 아버지와 아들 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성공을 얘기하면 나도 성공하기 위해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었고, 세상이 부자를 얘기하면 혹시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고, 세상이 힐링을 얘기하면 맞아 나도 위로받고 싶어 하며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었다. 최근에는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보았어도 책에서 있는 이야기처럼 안 된 청춘들을 위해 사회제도를 탓해도 된다고 하는 것 같다. 여기까지 오자, 그다음 메시지는 뭘까 궁금하다. 그리고 사실 그다음이 뭐가 되었든 지금이라도, 세상이 주는 메시지가 아닌 나만의 가치관을 따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세상이 주는 메시지는 계속 변한다. 그리고 계속 그 메시지대로 살다 간 종국에는 어릴 적 읽었던 우화처럼 나귀를 등에 메고 가는 꼴이 된 나를 발견할 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 것이다. 그래야 후회도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남 탓을 할 수도 없고, 남들이 주는 메시지 대로 사는 사람들 보다는 더 가치 있는 삶이 될 것 같다. 육아휴직 8개월이 남았다. 지금이라도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