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두려운 나에게...

두려운 인생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by 노용기

며칠 전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마트에 갔다. 아이가 생일에 받을 장난감을 미리 가서 고르고 싶다고 해서였다. 마트는 차를 타고 30-40분 정도 가야 하는 곳에 있다. 그래서 보통은 자가용이나 버스를 타고 간다. 하지만 그 날은 저녁 식사 후 운동도 할 겸 아이와 함께 집에서 마트까지 달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날이 추웠다. 바람도 쌩쌩 불고, 비가 내렸다면 필시 눈이 내렸을 날씨였다. 나는 아이에게 두 겹 세 겹 옷을 입혔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감기에 들지 않도록 마스크도 씌우고 장갑도 끼게 하였다. 우리는 나름 중무장을 하고 집 밖을 나왔다.


우리는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서로의 온기가 손을 타고 가슴까지 전해졌다. 추운 날씨였지만 밤하늘의 별은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마치 청청한 자연에 있는 것처럼 상쾌했다. 우리는 산책하듯이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부터 달리기를 하면 무리가 될 것 같아서였다. 아이와 나는 천천히 걸으며 워밍업을 했다.


아이는 걱정했다. 아직 한 번도 차를 타지 않고서는 가보지 않은 그 먼 길을 어떻게 가냐고 했다. 그리고 연신 버스를 타고 가자고 졸라대었다. 밝은 대낮도 아닌 캄캄한 겨울 어느 밤에 그 길을 가는 것이 아이에게 기대감과 설렘보다는 두려움을 주었나 보다. 아빠인 내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아이는 마치 잠시 나를 잊은 듯했다. 아이에게는 나보다는 어떻게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그 어둠 속 길만 보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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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함께 뛰자고 했다. 우리는 뜨거운 입김을 뿜으며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가 달리는 속도에 맞추며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아이는 내 손을 잡고 열심히 달렸다. 언제나 내 품에만 안겨 있을 것 같은 아이가 이제 내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는 것에 그만큼 세월이 흘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는 열심히 뛰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힘들어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상태를 살피고 잠시 걷자고 했다.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천천히 걸으면서 숨을 고르고 다시 뛸 준비를 하자고 했다.


우리는 겨울밤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의 안내를 받으며 걷고, 뛰고, 걷고, 뛰고를 반복했다. 우리는 중간중간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는 처음에는 못할 것 같았지만 아빠가 하자는 대로 하니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굉장히 먼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와보니 그렇게 멀지 않았다 말해 주었다.


나는 아이와 대화하면서 우리 인생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인생길을 생각할 때 기대감과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설 때가 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얼마나 가야 할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그 길에서 한 발자국을 떼는 것조차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 길을 갈 수 있는 쉬운 길이 있다면 주저 없이 편한 길을 선택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인생에서 우리가 할 일은 그저 나의 삶을 이끌어 주는 이의 손을 잡고 가는 것뿐이다. 때론 숨 가쁘게 뛰어야 할 때도 있지만 천천히 숨을 고르며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그 템포를 안내해 주는 이끌림대로 가는 것이 우리가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전부 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빨리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인생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함께 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어느 가려던 곳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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