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밀려오는 문제의 파도를 마주하는 자세
살다 보면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마치 거대한 물체가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다. 그래서 잠도 편하게 잘 수 없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괴로운 건 당연하다. 과연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두려움만 가득할 뿐이다. 아침부터 마음속 깊숙이 먹구름이 껴셔 불안감에 이불 밖을 나서기가 힘들다.
이러한 경험이 인생에서 한 두 번이면 좋겠다. 그러나 인생은 끝없이 문제의 파도를 내 삶 바로 앞까지 밀고 들어온다. 그 파도를 피해 한 걸음씩 뒤로 도망쳐 보지만 파도는 언제나 내 발밑까지 차 있다. 계속되는 인생의 문제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언제까지 도망칠 수만은 없는 어려운 문제들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까?
대학 시절 군대 제대하고 복학을 하니 학년도 바뀌어 공부하는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 그 사이 학교에서는 영어 수업이 많아진 것이다. 원서뿐만 아니라 영어로 강의하는 교수님들이 늘어났다. 몇 년간 영어와 담을 쌓고 지내다 보니 영어 강의뿐 아니라 원서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조차 힘들었다.
나는 결정해야 했다. 계속 영어에 끌려 다닐 것인가? 아니면 내가 끌고 갈 것인가? 당시 많은 친구들이 영어 공부를 위해 어학연수를 떠났다. 나 역시 영국 런던으로 어학연수를 가기로 했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영어공부를 충분히 하고 연수를 떠나고 싶었다. 그래야 초기 정착도 쉽고 어학연수의 효과도 크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더 이상 시기를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런던으로 떠났다.
당시 영어를 전혀 못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집을 구하는 것부터 은행 계좌를 만드는 것까지 무엇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또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했는데 영어를 못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더듬거리는 영어로 어렵게 호텔에 취업했지만 영어를 못해 많은 무시와 설움을 겪었다.
문제를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론 너무 힘들어 할 수만 있으면 도망치고 싶다. 대학시절에서처럼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갖가지 문제가 끊임없이 밀려들어온다. 나는 최근에도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갖가지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내가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두려움과 불안감이 끝없이 교차하고 있다.
인생을 버텨야 한다는데,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것일까? 버티는 인생이 과연 답인가? 인생을 버티기만 하다가 죽음을 맞는다면 과연 그 인생이 의미 있다 할 수 있는가? 그래서 나는 계속되는 인생의 문제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시 봉착했다.
그러다 최근 책장에 꽂혀 있던 철학책을 꺼내 보내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 책은 오래전에 샀다가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책장에 잠자고 있던 책이었다. 그랬던 책이 세월이 흐른 지금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인생의 문제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살다 보면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인생의 경험이 아직 부족해서 일수도 아직 때가 되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인생에는 다 때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즉, 인생에서 패배했다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이해되지 않는 문제는 잠시 책장에 꽂아 놓아보면 어떨까? 그리고 언젠가 삶의 경험이 축적되었을 때 그 문제를 다시 꺼내보면 어떨까?
초등학생 시절 어렵게 풀던 수학 문제도 중학생이 되어 풀면 조금은 쉽게 느껴진다.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내가 너무 이른 나이에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더 성숙해지면 자연스럽게 해결 책이 떠오를 수도 있다. 그러니 혹 지금 실패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걸로 끝이라 생각지는 말자. 분명 그 문제를 언젠가 다시 마주 할 날이 올 것이고 그때는 지금보다 더 수월하게 풀 수 있을 때가 올 테니 말이다.
인생에는 다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