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후회라는 감정과 마주할 때가 있다. 내 경우 집 밖에서 식사를 할 때 종종 후회를 한다. 예를 한 번 들어 보자. 우선 식당에 들어서면 메뉴판을 본다. 그중에 내가 먹고 싶은 메뉴가 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 고민이 된다. 그렇게 고민하는 가운데 가성비라는 것을 따지며 저렴한 음식을 주문한다. 그러나 음식을 혀에 갖다 대는 순간부터 후회가 든다. 그냥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원하는 메뉴를 시키는 것이 좋았을 걸 하는 후회 말이다.
학창 시절 옷을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때 사이즈가 큰 힙합 스타일의 옷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심지어 정장도 큰 사이즈로 입었다. 옷을 사주시던 어머니는 반대했지만, 옷을 파는 아저씨는 요즘 유행이라며 나를 두둔해 주었다. 그러는 사이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돈을 지불해 주셨다. 물론 그렇게 구입한 옷은 1년 이상은 입지 못했다.
옷뿐만이 아니다. 결혼 전 가구를 살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나는 우리 집 크기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큰 가구를 구입했다. 작은 침대에서 불편하게 잘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사이즈의 큰 침대를 고집했던 것이다. 덕분에 작은 방에 침대만 덩그러니 놓아도 방이 꽉 차게 되었다. 그 침대를 아직도 사용하고는 있지만, 침대를 볼 때마다 저 침대만 없어도 집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사실 이러한 후회는 굳이 분류하자면 작은 후회들이다. 이번에 실패한 메뉴 주문은 다음에 그 식당을 찾을 때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옷도 이것저것 입다 보면 점점 나에게 맞는 스타일과 핏(fit)을 찾아갈 수 있다. 가구 역시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사용하면서 후회가 되면 나중에 고장이 났을 때 기회다 생각하고 처분하면 된다. 그리고 새로 구입할 때 과거의 후회되었던 점을 복기하며 내 상황에 맞는 가구를 고르면 된다.
그러나 인생에는 한 번 선택하면 쉽게 되돌리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배우자를 선택하고, 직장을 선택하는 일이 그러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큰 후회가 남는다. 나와 맞지 않는 배우자와 결혼했을 때의 괴로움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성격차이도 적당하면 어느 정도 조율해 가면서 살 수 있다. 그러나 결혼 해 보니 결혼 전과 다른 여러 가지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결혼 생활에 분명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직장을 선택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돈을 벌기는 하지만 하루하루가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울 수도 있다. 나를 계속 쪼아대는 상사와 협업 없이 계속 의견 충돌만 하게 되는 동료 직원들과 함께하다 보면 때론 '내가 비정상'인가 하는 혼돈에 빠질 수 있다.
잘못된 선택으로 괴로움이 너무 클 때 우리는 이혼과 퇴사라는 선택을 고려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혼 후 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경우도 있고, 퇴사 후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잘못된 선택으로 더 어려운 인생길로 접어드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인생길에서 매번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선택에는 후회가 따른다는 것이다. 선택을 하고 나서 후회가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나만의 뚜렷한 가치관이 없는 것이 한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입맛, 나의 스타일, 나의 형편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맛이 없는 메뉴를 고르는 일도, 나와 맞지 않는 옷을 고를 일도, 부담스러운 가구를 선택하여 후회하는 일은 분명 줄 것이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변화하는 것보다는 변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면 시간이 흘렀을 때 후회가 덜 할 수 있다고 본다. 배우자의 외모, 재산, 직장 등 외적인 부분들은 시간이 지나면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격, 가치관, 인성 등은 어지간해서 변하지 않는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흔한 속담도 있고, 심리학에서 조차 사람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니 말이다.
직장은 어떨까? 보통 직장을 선택할 때 연봉을 많이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직장은 연봉을 많이 주는 것 같지만 계속되는 야근과 주말 근무로 실제 시간당 급여를 생각해 보면 연봉이 굉장히 적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유망 직종이어서 들어간 곳이 트렌드의 변화로 몇 년 되지 않아 금세 별 볼일 없는 직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자. 선택을 하는 과정에도 뒤 따라오는 후회라는 감정이 항상 부정적이기만 할까? 나는 이런 후회가 '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회를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처음부터 자기 주관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내 안을 보기보다 밖을 본다. (아마 눈이 밖에 달려 있어서 그러지 않나 싶다.) 식당에 가서도 내가 먹고 싶은 것보다 사람들이 뭘 먹는지 보게 된다. 가구를 살 때도 인터넷에 인테리어 블로그 정도는 봐야 안심이 된다. 요즘 직장을 선택할 때도 직장 평가 사이트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다. 직정 평가 별점이 높거나 좋은 얘기들이 많이 쓰여 있으면 아무래도 걱정이 덜 된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정말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선택을 참고한 것이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을 낳았는가 말이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뚜렷한 개인 취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영화를 볼 때 평점을 검색하지 않는다. 음식을 먹을 때도 맛집을 검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비록 영화가 재미없어도 음식이 맛이 없어도 남들이 선택한 것을 따라 해서 후회와 만족을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의 선택에 따라 후회하게 되면 나중에 자신에게 맞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것이다. 남들을 따라 해서는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잘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생을 살면서 항상 곧은길만 갈 수는 없다. 음식과 영화 선택에 실패하는 것처럼 결혼에 실패할 수도 직장생활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상처 나고 아물기를 반복하는 인생이 진짜 내 인생이 되는 것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하늘을 향해 일자로 곧게 뻗은 나무보다 구불구불 자란 나무들을 더 많이 보게 된다. 나무가 자라면서 온갖 비바람을 맞고, 햇빛이 내리쬐는 방향에 수없이 방향을 튼 결과라 생각한다. 그게 자연의 이치고, 거목이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선택을 한 후 후회할까 봐 두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후회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나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 없는 깨끗한 이력서를 만들려 하지 말자. 대신 어찌 보면 상처 투성이 일 수 있지만,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낸 감동적인 드라마 같은 내 삶의 이력을 만드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삶이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