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가졌는가?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하나 둘 떠나가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그중에는 더 좋은 곳으로 가겠다며 이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일부는 어떤 이유에서든 은퇴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 한 회사에서 20년은 기본이고 30년 넘게 일하신 분들도 있다. 최근 페이스 북을 통해서 그분들의 삶을 엿볼 일이 생겼다. 늦은 나이임에도 대학원에 등록해서 공부를 하는 분도 계시고, 회사 생활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강의를 시작하신 분들도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은 그분들 나름대로 은퇴를 준비하셨다는 것과 회사 생활하면서 개발했던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가족들과 매일 저녁 즐기는 보드 게임이 있다. 게임의 이름은 스플렌더(SPLENDOR). 이 게임은 특정 색상의 카지노 칩을 모은 다음 그 칩으로 점수가 새겨진 카드를 사서 일정한 점수를 먼저 얻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카지노 칩은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 한 번에 2~3개만 모을 수 있다. 카드 점수가 높을수록 모아야 하는 칩의 수가 많아야 한다. 이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내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은 내가 가진 카드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높은 점수가 새겨진 카드를 얻으려면 칩만으로는 살 수 없다. 내가 가진 카드와 모을 수 있는 칩을 함께 활용해야 높은 점수가 새겨진 카드를 얻을 수 있다. 이 게임에서 칩은 노동이고, 카드는 자산이다. 처음에는 노동을 해서 자산을 구매해야 한다. 일정 수준 자산이 모이면, 그다음에는 노동과 자산을 함께 고려하여 그다음 자산을 구매해야 한다. 노동만으로는 살 수 없는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퇴한다고 느낀다. 체력도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점점 줄어간다. 그럼 은퇴를 준비하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새로운 신기술을 배워야 할까? 데이터 사이언스, 인공지능, 머신 러닝, 뭐 이런 걸 배워야 할까? 물론 본인 능력이 되면 이러한 기술을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는 이러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모셔가지 못해 안달이니까. 그러나 문과를 졸업한 어떤 사람이 이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추가 노동을 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과를 졸업한 20-30대와 경쟁이 가능한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극단적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사이 필요한 기술 환경이 바뀔 수도 있고, 더 일할 수 있는 나이가 지나버릴 수도 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보자. 그럼 은퇴를 준비하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내가 가진 카드(=자산)를 먼저 생각해 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어떤 강점이 있는지, 그 강점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그 강점을 어떻게 수익화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강점을 토대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메워 나가야 한다. 40-50대가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나이도 아니다. 이미 어릴 적 20년간 공부를 했고, 그리고 그다음 20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익혔던 기술과 역량이 있다. 그런 것을 버리고 시대의 흐름만 따라가는 것에도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나름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열어가시는 분들도 이러한 강점에 기반을 둔 사례였다.
은퇴, 이제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 나 역시 대학시절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나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했는데, 남들과 같은 스펙을 쌓다 보니 시간만 흘렀고 취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회사 생활 초반에도 내가 하는 일이 내 적성에 맞기나 한 건가라는 질문이 나를 괴롭혀 왔다. 이제 두 번째 기회다. 아직은 회사가 나의 보호막이 되어 주고 있다. 이 보호막은 언젠가 걷힐 것이다. 보호막 아래 있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인생에서 실수와 실패를 할 수 있으나 반복되는 것은 좋지 못하다. 이제 그 새로운 시작을 위해 다시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할 때다.
"내가 가진 자산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