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잘 읽어지지 않는 요즘. 난데없이 난독증이 찾아왔나 고민 중.
최근 독서가 잘 되지 않는다. 한창 책을 많이 읽을 때는 일주일에 200~3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의 책을 일주일에 2권씩 읽었던 적도 있다. 이때 목표가 일 년에 100권 읽기였고, 문학, 과학, 정치, 철학,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었던 기억이 있다. 최근까지도 월 1회 독서 모임을 이어오면서 최소 한 달에 두세 권 정도는 책 읽기를 이어갔었다. 한 권은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이고, 다른 한 두 권은 나를 위한 책이었다. 독서 모임에서 선정된 책은 나의 시야를 넓혀 주기 충분했고, 나를 위한 책은 나의 지친 심신을 위로했고 미약한 지식을 채워 주는 마중물의 역할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책 읽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마치 난독증 환자처럼 그리고 정신이 분열된 사람처럼 책 서너 문장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때가 있다. 읽다 보면 갑자기 다른 곳에 정신이 가있고, 바로 전에 내가 읽은 문장의 내용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책 읽기가 재미없어지고 힘들어진다. 내 경우 책은 최소한 30분 이상은 읽어야 그 재미에 빠지에 된다. 그 재미에 빠져야 마치 글 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어느 순간 바다 한가운데 돌고래가 되어 자유롭게 수영하는 것처럼 글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30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5~10분 정도만 되고 지루해지고 책 읽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유를 찾아보았다. 그중에 가장 큰 이유를 나는 스마트 폰에서 찾는다. 우선 스마트 폰을 통해 다양한 뉴스를 접하다 보니 정독보다는 통독을 자주 했다. 특히 그 많은 기사를 짧은 시간에 보다 보면 한 두 문장뿐 아니라 문단을 뛰어넘는 경우도 많았다. 아니, 기사는 보지 않고 제목과 댓글로 그 기사 내용을 유추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문장을 곱씹는 습관이 점점 사라지다 보니 그러한 습관이 책 읽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 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강연과 짧은 영상들을 접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서도 인사이트라는 것을 얻을 때가 있어 긴 호흡을 두고 책을 읽는 것이 점점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TED뿐 아니라 대부분의 동영상 들은 5~15분 정도의 길이를 갖고 있다. 이 시간에도 충분히 새롭고 다양한 지식을 접하다 보니 책 읽기가 더 이상 흥미롭지 않아 진 것이다. 물론 영상의 길이가 더 긴 것들을 건너뛰기를 하면서 보기 때문에 아무리 60분 가까이 되는 동영상도 5분 만에 보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다른 이유도 찾아보았다. 스트레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책 읽기에 방해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업무량이 너무 많아졌다. 내가 홀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20~30대처럼 매일 밤 10시 넘게까지 그리고 때론 새벽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체력이 이제는 없다. 그러다 보니 일이 점점 밀리게 되고, 점점 감당이 안 되다 보니 퇴근 후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 쉬면서도 계속 일 생각이 난다. 마치 학창 시절에 시험은 다가오고 있는데, 공부는 하기 싫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데도 마음이 너무나도 괴로운 그런 상태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책을 읽을 때도 계속 딴생각이란 것을 하게 되고, 책의 깊이와 재미에 쉽게 빨려 들어가지가 않는 것이다. 한두 문장만 읽다가도 나도 모르게 일 생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상태로 책을 읽다 보니 독서에 대한 흥미가 조끔씩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 가지 이유를 더 생각해 보자면, 아마 시간의 파편화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나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은 시간의 파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개념은 몇 년 전에 읽었던 '타임 푸어'라는 책에서 본 내용인데,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조금씩 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파편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회사 업무와 가사노동 그리고 아이들 돌보기. 이 뿐 아니라 각종 고지서를 챙기고, 때론 지인들도 만나야 하고, 스마트 폰의 알림도 확인하다 보면 짧게는 30분부터 1시간 이상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힘들다는 내용이다. 앞서 생각한 것처럼 책의 내용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는 내 경우에는 최소 30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시간에 계속 스마트폰 알람과 전화벨이 울리고, 뭔가 해야 하는 집안일이 발생하고, 갑자기 책을 읽다 어떤 궁금증이 떠올라 네이버나 유튜브 검색을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몇 십분 째 기사와 동영상을 검색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엘리스처럼 갑작스럽게 다른 세상으로 갔다가 오랜 시간을 거쳐 출구를 찾는 여정과도 같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점점 책 읽는 시간은 줄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도 하게 되고, 실제 책을 읽는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는 핑계 일 수 있다. 왜냐하면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전 오늘 하루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보면 평균 3시간 30분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항상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매일 평균 3시간 30분이 찍혀 있는지 미스테리 할 따름이다. 이제는 그 시간을 다시 책 읽는 즐거움의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더욱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