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에 관하여

균형, 중용 vs 극단, 집중

by 노용기

균형은 대게 긍정적은 뜻으로 사용된다. 균형 식단, 균형 발전, 일과 삶의 균형 등의 그 예다. 예를 들어 내가 섭취하는 음식에 탄수화물 또는 당분이 특별히 치우쳐 있다면 언젠가는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다. 국가의 경우 한 정 된 지역만 집중 개발하게 되면 빈부격차, 교통 체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 생활에 있어서도 일을 너무 무리해서 하면 우울에 빠질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여가만 즐기면 권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균형은 극단 또는 치우친 선택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된다. 내가 회사 일에 너무 치운 삶을 살았다면 나의 시간 중 일부는 가정과 나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퇴근 후 운동이나 요리나 독서 같은 취미 생활을 즐길 수도 있고, 가족들과 저녁 식사 후 근처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며 대화할 수 도 있다. 이때 일에서 얻었던 긴장감과 피로는 줄어들고 다시 내 몸안에 에너지가 조금씩 솓아 나는 것을 경험할 수 도 있다.


균형에 이러한 이점이 있음에도, 균형만이 삶의 정답이라 말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예를 들어 균형을 인생에 목표로 둘 경우 어떤 것도 남들보다 우월하게 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무 색깔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특히 회사를 다니거나 사업을 할 때는 경쟁 상대인 누군가보다 비교우위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골고루 잘하는 것보다는 어느 한 분야에 특출 나서 다른 사람들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격차를 가지는 것이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역량이 없으면 아무래도 경제 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

균형의 또 다른 단점은, 균형이 다소 형이상학적 개념이라 좋아 보이기는 하나 실제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지, 덕, 체 모든 소양을 갖추거나, 문과와 이과 두 지식을 갖추거나, 회사와 가정 그리고 친구들에게까지 모두 잘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다 갖춘다 해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수 있다. 즉, 인생 전체를 걸고 꾸준히 달성해나가야 하는 관계로 성취감을 조기에 느끼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리고 경쟁심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한 분야에 특출 난 사람이 앞서갈 경우 부러움과 시기심에 괴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개인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특정 분야를 깊게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렀을 때, 다른 분야로 옮겨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언어를 배운다면, 5~10년 동안은 영어 공부를 집중한다. 그 기간 동안 읽고, 쓰고, 말하고, 뜯는 것이 어느 정도 숙달되면 프랑스어나 중국어 등 다른 분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 경우 처음에는 영어를 100%의 비율로 몰입하고, 다음 언어로 넘어갈 때는 영어 비율을 20%로 줄이고 새 언어를 80%의 비율로 가져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역량을 한 번에 조금씩 개발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면 영어를 통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게 되어 최소한의 밥벌이하는 데는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향후 다른 언어까지 할 수 있다면 더욱 경쟁력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한다. (이 방법론의 적용은 다양하게 가능하다. 각 5년간 피아노, 사진 촬영, 필라테스 분야에 도전할 수 있고, 각 1년간 인문학, 과학, 문학으로 시야를 넓힐 수도 있다.)


과거 대학시절 읽었던 피터 드러커 교수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는 책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있었다. 그분의 경우에도 경제, 정치, 문화 등 각 분야를 특정 기간 집중에서 연구하고, 다음 분야로 옮겨간다고 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에서 모든 분야에서 통찰력을 갖는 프로페셔널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생은 선택과 만족 또는 불만족의 반복이다. 균형을 택하든 극단을 택하든 본인 선택이고, 그 선택에 만족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선인들이 균형과 중용 등을 강조한 것은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그 이치를 따르는 것이 이롭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은 항상 해만 비치지 않고 때론 비를 내려 균형을 맞춘다. 더운 여름만 있지 않고 추운 겨울도 있어 상호 균형을 맞춘다. 자연은 이처럼 계속 순환하면서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다.


나는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균형을 맞춰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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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나이마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10대에는 지식을 쌓고, 20대에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30대에는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이 나의 인생 가치였다. 40대가 된 지금은 현존하는 지금과 남은 생에 가치를 더하기 위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 나이 때마다 중요 가치를 고민해 보고, 해당 분야에 가중치를 두고 집중한다면, 당장은 불균형 상태이더라도 인생의 종국에서는 결과적으로 균형의 삶을 살았다 고백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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