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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Aug 19. 2020

회사 내 공무 집행자들에 관하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나도 예외는 아니구나

지극히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가진 아돌프 아히히만

그는 2차 세계대전 시절 수 많은 유태인을 독일에서

추방시켜 게토로 이동 시킨 후 결국 처형장으로 이끈 인물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예루살렘으로 체포되어 법정에

선 그는 말했다.

나는 그저 내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라고

나는 유대인에게 나쁜 감정이 있었던게 아니라고

오히려 나는 독일 내 2등 시민으로 차별받던 유대인을 구해 주는 일을 했다고

그는 그렇게 자기 일을 정의 했다.


회사에서 상사의 지시를 법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상사의 지시를 거스르지 않는다. 상사는 말했고 나는 그 일을 실행할 뿐이라 말한다. 그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나는 답했다. 그대가 해야할 일은 상사의 명을 따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앞서 그들이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합리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그래.

나도 안다.


말이 좋아 대안이지 그것도 반복되면 반항으로 여겨지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도 진급에 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그리고 또 안다. 그러한 불합리한 지시에서 벗어나는 길은 관계를 끊고 굶주림으로 가는 것 뿐이라는

것을 - 오래전 밀그램(Milgram)의 실험 결과는 말해주고 있다는 것도


그대에게는 가족이 있다. 그대의 두 어깨는 이미 책임감으로 무겁게 내려가 있다. 그래서 그 평범함에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래.

그래서 태어나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기도해 봤다.

나의 상사들에게, 결정권이라는 것을 가진 그들에게 지혜를 내려 주시기를

그리고, 말과 사고를 다시 되찾을 날이 어서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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