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걸레 함부로 짜지 마라. 너도 누군가에게 마른걸레가 될 수 있다.
군대 이등병 때 이야기다. 갓 자대 배치를 받은 후 허리를 곧추 세우고 전투 대기실 평상 가장 끝에 미동도 없이 계속 앉아만 있던 시절이었다. 그때 병장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야, 가서 걸레 좀 빨아와."
당시 우리 부대시설이 매우 낙후되어 100미터 정도를 산 아래로 내려가 우물에서 걸레를 빨아야 했다. 우물은 영화 '링'에서 귀신이 기어 나왔던 것도 똑같이 생겼다. 가만히 있어도 손이 얼얼할 정도로 추웠던 겨울, 나는 조심스레 우물 옆에 있는 두레박의 줄을 내려 물을 길렀다. 얼음장 같은 물이 손을 연신 바늘로 콕콕 찔러 대는 것 같았다. 양손은 금세 시뻘게졌다. 시린 손을 부여잡고 걸레를 깨끗이 빨았다. 그리고 다시 전투 대기실로 올라가려는 그때, 문득 군에 먼저 입대한 친구들이 해 준 얘기가 떠올랐다.
"군대에 가면 고참들이 말도 안 되는 걸로 갈군다. 손에 먼지가 보이면 갈구고, 걸레를 짰을 때 물기가 나오면 갈군다. 계속 갈군다."
나는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걸래 뭉치를 돌 옆에 올려놓고, 그중에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걸레를 돌돌 말아 크게 한 번 짰다. 그리고 다시 펴서 한쪽 모서리부터 반대쪽 모서리까지 마사지하듯 부분 부분 물기를 짜내기 시작했다.
'단 한 방울의 물기도 떨어지면 안 된다.'
걸레를 짜고 또 짰다. 시린 손을 부여잡고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을 때까지 계속 짰다. 어느 새 걸레는 나의 노력과 추운 겨울바람을 맞아 물기 하나 없는 마른걸레가 되어 있었다.
"야, 왤케 늦었어? 걸레 줘봐~"
예상대로 병장은 걸레 하나를 집어 들더니 걸레를 짜기 시작했다.
"걸레 짤 때 물이 나오믄 안돼. 봐봐 ~ 물이 ...."
병장의 팔뚝은 굵었다. 운동으로 한 몸이 아니라 막노동 판에서 길러진 근육 같았다. 그런 근육에 힘줄을 보이면서까지 걸레를 짰다.
'나 하나 갈구려고 애쓰는구나... 애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병장은 사막에서 마지막 한 방울이라도 더 마시려고 혀를 낼름 거리는 사람처럼 애걸하듯 걸레를 짰다.
뿌찌직~~~
갑자기 걸레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른걸레가 찢어진 것이다. 나는 마른걸레를 계속 짜면 찢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미팅룸에 팀장과 단 둘이 앉아 있다.
"대리점에서도 이 정도 마진은 있어야 앞으로 비즈니스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어제 밤늦게까지 고민하며 작성한 품의서를 팀장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거 너무 많지 않아? 대리점이 너무 많이 가져가는 것 같은데..."
팀장은 임원에게 보고하기가 두려운 눈치였다.
"저번에 이 대리점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저희가 원하는 대로 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 마진은 있어야 영속이 가능합니다."
팀장은 못 내켜했지만, 임원실에 내 품의서를 올렸다.
잠시 후, 나는 임원실에 불려 갔다.
"다시 해!"
임원은 짧게 말했다.
"예?"
나도 짧게 대답했다.
"다시 하라고. 다시 대리점 사장하고 얘기해서 다시 보고하라고."
"아... 그게... 여러 번 얘기하고..."
그때 팀장은 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알겠습니다. 상무님..."
그리고 나와 팀장은 방에서 나왔다.
"사장님, 죄송한데 공급률을 다시 조정해야 할 것 같아요."
"예? 이거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 공급률에도 하겠다는 대리점이 많네요. 사장님이 안 된다고 하시면 다른 데로 바꾸라는데..."
"...."
사장은 깊은 한 숨을 쉬었다.
결국 사장은 회사가 정한 공급률을 받았다. 이번에도 자칫하다가는 손해가 날 것이다.
마른걸레... 마른걸레가 생각났다.
회사는 대리점이라는 마른걸레를 짜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또 찢어졌다.
우리 회사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성대한 연말 파티를 열었지만, 그 대리점은 결국 재고만 남기고 부도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