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휴직 수기 (2)

육아 휴직을 준비하다.

by 노용기


육아휴직을 결정하기 시작하다.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이들이 불쌍했고, 아내에게는 미안했으며, 나에게는 실망했다. 이건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닌데……. 하지만 당시 아내와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사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식기 세척기 1대를 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으로 아내는 약간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좋지 않아 하루 휴가를 내었다. 그리고 그 날 아침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어린이 집에 등교했다. 그 때 한 손으로는 첫 째 딸 소율이의 손을 잡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둘 째 아들 영준이를 아기 띠를 한 채 가슴에 안고 갔다. 나는 그 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소율이의 손과 영준이의 가슴이 봄기운처럼 따뜻했기 때문이다. 등굣길에 소율이가 어린이 집에서 배운 노래를 불러 주었다. 영준이는 옹알이를 하며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가슴 속에서 행복한 기운이 올라 왔다.


그 순간 육아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행복을 오래 느껴보고 싶었다. 우리 집에서 어린이 집까지 약 15에서 20분 정도 걸었던 것 같은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보고 싶었다. 그 날 저녁 아내와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가족 역시 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었다. 또한 육아 휴직이 최선인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을 하여 출가를 하였지만, 부모님의 동의도 얻을 필요가 있다는 아내의 의견도 있었다.


그 날부터 나는 남성 육아 휴직 기사와 자료를 검색했다. 그리고 남성 육아 휴직 카페에도 가입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현재 남성육아휴직 정책을 어떻게 되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도서관과 서점에 가서 남자들 중에 육아휴직 하신 분들의 경험담이 담긴 책도 골라서 읽기 시작했다.


baby-22194_1920.jpg 아이를 가슴에 품고 있을 때 가슴 따뜻함을 느낀다.


가족들에게 육아휴직 동의 받기...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육아휴직 관련하여 말을 꺼내 보았다. 대답은 안하셨지만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으신 눈치였다. 부모님과는 일단 시간을 두고 계속 이해를 구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아내에게는 육아휴직 관련하여 내 생각을 전달하였지만, 그 보다 더 먼저 확신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나는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가사와 육아를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부대찌개, 궁중 떡볶이 등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만들고, 아이들과 블록 놀이와 여러 가지 아빠와 몸으로 할 수 있는 놀이들을 했다. 아내는 나에게 기대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조심스레 나의 육아 휴직을 허락해 주었다.


그 무렵 부모님에게도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정말 행복하다고 틈 날 때 마다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부모님도 시대가 변하였다는 점과 어린 시절 자녀 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하시면서 점점 나의 의견을 존중 해 주셨다.


이제 남은 것은 회사였다. 아직 우리 회사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회사에 대한 한 가지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우리 회사는 법과 규정을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시 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주위에 이야기를 들어 보면, 법과는 상관없이 성과를 중시하는 회사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그 동안 경험한 우리 회사는 손해를 보더라도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것을 우선 가치로 두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나는 회사 규정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법에서 정하는 대로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과, 사내 규정에서 남녀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sisters-931151_1920.jpg 육아휴직 기간 경제적 어려움과 각 종 갈등 상황을 지혜롭게 이겨 내기 위해서는 가족의 동의가 선행 되어야 한다.


회사에서 육아휴직 허락 받기...


나는 용기를 내어 인사부와 우리 부서 팀장님께 차례대로 면담 신청을 하였다. 인사부에서는 규정상 육아휴직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팀장님과 면담 후 육아휴직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하였다. 쉽게 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팀장님과 면담은 쉽지 않았다. 당시 나는 대학원 수업을 계속 받고 있었는데, 대학원 수업을 받는 기간에 육아 휴직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 왔다. 그리고 일단 인사부 및 상급자들과 논의 해보겠다는 내용으로 1차면담을 마쳤다. 나는 인터넷에 관련 내용을 찾아보았다. 그 결과 회사 업무가 없는 주말에 다니는 대학원이라 육아 휴직을 승인하지 않을 사유는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다행이 이 부분이 해결되었다.


2차면담이 시작되었다. 2차 면담에서는 내가 맡은 직무를 대신할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이슈를 제기 하셨다. 그리고 팀장님께서는 아이가 아프다거나 우리 집에 크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육아 휴직을 신청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와 집안에 큰 문제가 있어야지 육아휴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육아휴직을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팀장님과의 갈등은 여러 가지로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주었지만, 결국 팀장님께서도 육아휴직 관련법이 있고 회사에 규정이 있기 때문 최종 승인을 해 주셨다. 승인이 나기까지 육아 휴직 시작 시기를 한 번 연기하기도 했고, 육아 휴직 시작일 1주일 전에서야 최종 승인을 해주어 여러 가지로 불편한 마음이 있었지만, 어쨌든 최종 승인이 나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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