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후 달라진 것들...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나의 삶은 조금씩 달라졌다. 우선 나는 아내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외출할 때 가방 안에 여러 가지를 넣고 다닌다. 나는 가방에 너무 많은 것을 넣어 찾기 힘드니 정리를 하라며 자주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혼자서 두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외출을 할 때 나 역시 가방 한 가득 챙기게 되었다. 아이들이 목마를 것을 대비하여 물통을 챙기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물티슈와 기저귀 여러 개를 챙겼다. 그리고 음식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시다가 옷을 갈아입어야 할 수도 있으니 여벌 옷도 챙겨야 했다. 이렇게 하다 보면 가방이 한 가득 차게 되었다.
이 외에도 빨래를 널고 다시 옷장에 정리할 때, 뒤집어진 양말과 옷들을 보면 그게 내 옷이어도 신경이 곤두서는데, 그동안 아내는 잘 참았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리 쓸고 닦아도 아이들이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어질러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집안일은 정말 티가 안 난다는 말을 실감했다. 또한 아이들 밥 먹이느라 나는 물에 밥 말아서 대충 먹기도 하고, 설거지하기 전에 남은 음식이 아까워 싹싹 긁어먹기도 한다. 회사 다닐 때는 잘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데 좋은 거 먹어야지 하며 가려 먹었던 나인데, 가끔씩 TV에서나 봄직한 아줌마들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순간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동안 묵묵하게 이러한 가사를 해온 아내에게 고마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집안일도 안 하면서 핀잔만 늘어놓는 나의 행동들을 참아가며 지금까지 아이들을 잘 키워온 아내에게 존경심이 생긴다.
아내와의 관계 회복 외에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행복감은 육아휴직의 가장 큰 선물이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 부르며 어린이 집에 손잡고 갈 때, 그리고 어린이 집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함께 놀이터에 가서 신나게 놀 때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그것만큼 우리 힐링이 되는 것이 없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린이 집에 가고 싶어 하지 않을 때는 아이들과 근처 공원에 가서 신나게 뛰어 놀거나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 주는데, 그 순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유치하지만 최근에 우리 딸에게 다시 인기 조사를 했다. 두려운 마음에 ‘똥’부터 시작해서, ‘두희 오빠’와 ‘뽀로로’까지 하나 씩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 무엇보다 아빠가 제일 좋아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는 육아휴직을 하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육아 휴직을 하기 전에 둘째 아들인 영준이가 자주 짜증을 내고 어쩐지 얼굴에 우울한 감정이 보여서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항상 밝게 웃는 모습을 보여서 한 아이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 부모로서 보람을 느꼈다.
특히 같이 노는 시간을 늘린 것만으로 아이의 행동과 성격이 상당히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특효약은 그저 같이 있어주고, 함께 놀아주는 것이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라고 했는데, 육아휴직이라는 제도 덕분에 아이들에게 나의 사랑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어서 지금 많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리고 아직 육아휴직 기간에 여유가 있어,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갈 소중한 경험과 추억들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내와 아이들과의 관계 외에도 나 자신의 삶에도 몇 가지 좋은 변화들이 있었다. 우선 여유가 생겼다. 그전에는 바쁘게 생활하느라 주위 사람들을 챙기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부모님과도 교류를 못했는데, 지금은 가끔씩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점심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진다. 또한 부모님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가볍게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그 시간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못지않게 나에게는 참 소중하다.
또한 아이들이 다 놀고 낮잠을 잘 때 나는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보거나 일기를 쓴다. 주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거실에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의자에 기대어 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좋은 구절이 있으면 일기에 옮겨 적는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의 생각들을 하나씩 일기장에 적어 내려갈 때면 그동안 그렇게 원했던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서 참 좋다. 이 외에도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좋은 재료로 음식을 해서 먹으니 그 전보다 건강해졌고, 전반적으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남성 육아휴직자들이 급증하고 있고, 제도적인 뒷받침도 정착이 되어가는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내 주위 친구들과 함께 대학원에게 공부하는 동기들 그리고 사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내면 처음부터 우리 회사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먼 나라 얘기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의 육아 휴직을 계기로 우리 회사의 남자 직원들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그런 제도가 있느냐부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자기도 육아 휴직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승인을 받았는지 물어 오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변화가 조금씩 더 많이 확대되었으면 한다. 비록 아직 육아 휴직 초기이지만, 나에게는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주위에도 육아와 가사로 힘들어하는 가정들이 많은데, 이러한 부분들이 남자들의 육아휴직으로 상당 부분 해결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한 점에서 좁게는 가정의 행복과 넓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의 육아 휴직도 확실하게 정착이 되길 간절하게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3회에 걸쳐 작년에 육아휴직 수기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던 저의 수기를 공유해 드렸습니다.
처음 써보는 글이라 부끄러움도 있지만, 육아휴직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저의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용기를 내어 써보았고, 또 이렇게 브런치를 통하여 공유합니다.
앞으로는 저의 육아 이야기뿐 아니라 30대에 사춘기를 겪으면서 드는 생각들 그리고 여행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저의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