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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Apr 01. 2021

기대치에 관하여

체념과 감사의 심리학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기대치를 맞춰야 하는 순간을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나 상사의 기대치는 더욱 그러하다. 상사들은 거의 대부분 함께 일을 함에 있어 일정 수준의 기대치를 갖고 있다. 그 기대치를 대 놓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고, 마음속으로 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사의 기대 수준을 잘 관리하는 것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중요한 역량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대치만 부풀려 놓고 낮은 성과를 내밀었을 때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를 어렵다. 그렇다고 기대치를 낮추기 위해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면 회사에서 주목받기 어렵다. 혹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할지라도 내 노력보다는 환경적 요인으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있다.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 기대치가 너무 높거나 계속적으로 기대치를 올리는 상사와 일을 하게 되면 부담도 되고 꽤 피곤하다. 그러한 상사는 보통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직원의 노력에 감사할 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높은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 목표를 맞추면 이러저러한 보상을 약속하지만 거의 실현 불가능한 목표에 처음부터 동기부여되기는 쉽지 않다. 간혹 정직원이라든지 승진을 미끼로 이것저것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내 짧은 경험으로는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경우를 본 경우가 드물다.


  이러한 기대치를 대함에 있어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 중 하나가 나는 '체념'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너무 높은 기대를 하거나, 내가 누군가에게 너무 높은 기대를 할 때 가끔씩 체념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래 어차피 저 목표를 달성이 어려워. 너무 무리하지 말고 하는 척만 하자. 무리하면 몸만 상하지.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올 거야.'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끔' 또는 '한 번쯤'이다. 매번 이런 생각으로 업무를 대하면 저 성과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가 하는 데까지 정말 열심히 해봤는데, 상황이 안 도와줄 때가 있다. 그럴 때 체념은 나를 한 발짝 뒤로 물러나게 해 준다. 그리고 몸에 힘을 빼는데 도움을 주고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준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힘을 바짝 주고 일할 때보다 일이 더 잘 풀리는 순간도 마주하게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너무 높은 기대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의 부모나 자녀 또는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에게 너무 높은 기대를 갖다 보면 실망과 함께 때론 분노가 생길 수 있다. 대신 체념의 마음으로 낮은 기대치를 가지고 상대방을 대하면 여유가 생기고 관계가 회복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 의도와 방향이 상대에게 잘 전해져 오히려 나의 기대치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순간을 마주할 수도 있게 된다.


 그다음에 가져야 할 마음이 나는 '감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불만족하는 대게의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데서 온다. 맨 앞부분에서 나는 상사의 경우를 언급했지만 내가 회사에 거는 기대치도 한 번쯤 생각해 볼 주제이다. 예를 들어 스스로를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는 직원이라 여길 수 있다. 여기까지는 정신 건강에 이롭다. 그러나 이런 나에게 회사는 이런저런 대우를 해 주는 게 마땅해라는 생각까지 가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회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챙겨야 하는 직원이 너무 많아 내 기대치만큼 맞춰 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회사는 직원의 그런 기대치에 맞춰서 시의 적절하게 보상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러한 이유로 때로는 너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가끔은 태만한 근무 태도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헌신만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때론 회사로부터 은혜를 입는 경험도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가끔'이다. 가끔씩 업무를 뒤로 하고 딴생각을 한다던가, 점심시간을 1시간 이상 좀 더 갖는 다던가, 외근을 나갔다가 잠시 카페에 들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것은 권장한다. 물론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태만과 여유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이렇게 일하면서 월급도 받고, 직장생활 나름 괜찮네.'라는 마음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없던 애사심도 조금씩 생기기도 한다. 혹시 매일 야근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조금씩 의식적으로 태만해 지기를 권고해 본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나 역시 매일 저녁뿐 아니라 주말에도 일해야 할 만큼 바쁘지만, 가끔씩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점심 먹고 산책을 좀 더 하거나 외부 미팅을 마치고 잠깐 시간을 내 카페에 들려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담소를 나눈다. 만약 정말 주어진 대로 일만 했다면 나 역시도 감사보다는 불만에 가득 찼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 내 인생에 대한 기대치에 대해 내가 가진 생각을 나누고 글을 마치려 한다. 나는 오랜 기간, 아니 지금도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편이다. 한 예로 나는 매일 아침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몸도 예전 같지 않아 늦게까지 일하고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내가 세운 목표를 맞추지 못할 때면 스스로를 자책할 때가 많다. 심할 경우 나의 못남 때문에 우울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가 점점 잦아지다 보니 요즘은 '그럴 수 있다.'라는 말을 내게 자주 건넨다.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기계도 아니다. 내가 프로그래밍한 대로 내 몸이 움직이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그러므로 내 인생도 내 생각처럼 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어쩌면 크게 아프지 않고, 크게 모자라지 않고, 크게 부족하지 않게 사는 것이 괜찮은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삶에 대한 기대치, 내 능력에 대한 기대치, 내가 가진 재산에 대한 기대치 등도 가능하다면 상당 부분 낮출 필요가 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다 보면 내가 세운 목표를 이루지 못할 수 있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전력 질주하듯 달려가는 삶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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