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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Jun 03. 2021

미래에 관하여

미래 예측이 맞은 적이 얼마나 있던가?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의 일이다. 계좌에 찍힌 첫 월급 숫자를 보고 한 가득 걱정을 품었다. 과연 내가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집을 장만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아이들 낳아 기를 수 있을까? 당시 급여로는 현재는 살아갈 수 있지만 미래를 꿈꾸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나보다 나이가 있는 선배나 어른을 만나면 경제적인 어려움과 고민을 털어놓곤 했다. 당시 나는 그분들로부터 뚜렷한 해결책과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막막함은 나의 가슴 한편을 계속 누르고 있었고,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이 이어졌다. 저녁 10시는 기본이고, 새벽이 넘어 퇴근하는 때도 있었다. 그로 인한 과로 때문에 몇 달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열심히 일했지만, 시급이 아닌 월급이었기에 근무시간에 따라 내 급여가 오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내 급여를 한 푼도 쓰지 않고 십 년을 넘게 모아야 겨우 집을 장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인지 그때 나의 금융 및 투자에 대한 지식은 제로에 가까웠다. 아마 부동산 가격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오른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 더 큰 좌절에 빠졌을 것이다.


 최근 점심 식사 시간에 직장 후배들과 함께 시간을 가졌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듣다 보면 인생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 같았다. 그들 역시 십여 년 전 나와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나의 첫 직장처럼 그들 급여가 적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들 역시 나처럼 열심히 엑셀을 돌리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예측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숫자를 돌려봐도 답을 찾을 수 없었기에 그런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을까 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 친구들은 나와 다르게 주식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를 좀 더 일찍 시작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꿈을 꾼다. 그리고 여러 가지 예측을 한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한 번 뒤 돌아보면 좋겠다. 지금까지 나의 계획대로 진행된 것이 많은지? 아니면 계획과 달리 진행된 것이 많은지? 적어도 나의 경우는 계획과 달리 진행된 것이 더 많았다. 대학 시절 나는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그 꿈들을 이루고자 여러 가지 계획들을 세웠다. 그중에 이루어진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 계획과 달리 귀결된 사례가 더 많다. 돌이켜 보면 인생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러한 변수들의 조합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원래 어려운 것이다. 그런 사실을 모른 채 그저 예측대로 인생이 착착 진행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것 같다. 


 어느덧 마흔이 되고, 이미 그 길을 한 번 지나서 그런지 후배들의 고민이 내 눈에는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걱정한다고 상황이 좋아지지도 않고, 반대로 낙관한다고 그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십여 년 넘게 어느 정도는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하루를 살면서 그저 끊임없이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것. 그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눈보라 속도, 폭우 가운데서도, 힘겹게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조금씩 눈과 비가 잦아들고 어디든 처음 있던 곳과는 다른 곳으로 나아가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한다. 그러므로 인생을 비관할 것도 마냥 낙관할 것도 없이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내디뎠는지. 그래서 나의 고민이 머물던 그 자리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고 있는지. 그 물음에만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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