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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Jun 04. 2021

만족에 관하여

12.5% 채움

 이 세상에 자신에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흔히 남이 떡이 더 커 보이고, 저기 멀리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잔디가 더 푸르러 보인다고 한다. 마냥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나름의 아픔을 갖고 있다.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라도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가정사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에 공감이 갈 때가 있다.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좋은 조건에서 자란 줄을 모르고 항상 더 좋은 조건에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불행한 상태로 몰아갔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아버지 학교라 불리는 곳에 갔다. 그곳은 결혼을 하고 남편과 아버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 주는 곳이다. 교육과정 중에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적어보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마치 초등학생이 어버이날 편지를 쓰듯, 아버지 저를 낳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키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잘 살께요와 같은 평이한 내용을 적었다. 편지를 다 쓰고 나서 몇몇 교육생들의 발표 시간이 있었다. 당시 나는 꽤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의 가정 폭력, 부모의 이혼 등 드라마에서 봤던 이야기들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시고 계신 분이었지만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함께 아버지에 대한 회환과 용서를 이야기하는데 정말 다른 세상이라고 느껴졌다. 


 최근 아내에게 딸아이가 영어 공부로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엄마는 왜 나 어릴 때 영어 유치원 안 보내 줬어?"라고 물었다고 했다. 물론 아이가 심각하게 말했던 건 아니고 영어 성적에서 반 친구들보다 차이가 나니 반 투정하듯이 이야기한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이사 온 동네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교육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름 잘 먹이고 잘 키웠다 생각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나는 좀 어이가 없었다. 나름 힘들게 일하면서 내가 받은 월급에 많은 부분이 내 용돈보다는 아이 육아에 투여되는데 아이는 현재 수준에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때, 만족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만족의 뜻은 무엇일까? 그 뜻을 찾아보면 조금은 만족의 수준을 아는데 약간의 힌트는 얻을 수 있들것 같았다. (참고로 요즘 아이가 한창 한자 공부를 하는데, 가끔씩 이렇게 익숙한 단어들도 한자 사전을 찾아보곤 한다.) 


 우선 만족(滿足)은 마음에 모자람이 없어 흐뭇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한자 뜻은 다음과 같다. 滿 - 찰 만, 足 - 발 족. 즉, 발까지 찬 상태란 뜻이다. 발까지 찬 상태가 모자람이 없다고? 조금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발까지 찬 상태가 어떻게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자연스레 품게 되었다. 그때 평소에 자주 하던 반신욕이 떠올랐다. 반신욕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가 몸 안에 땀과 노폐물을 배출시켜 온 몸의 혈액 순환을 돕는 방법이다. 주의할 점은 몸 전체를 따뜻한 물에 담그면 안 되고 몸의 반, 대게 배꼽 밑까지만 담가야 효과가 좋다. 반신욕이 부담스럽다면 족욕으로 대체해도 된다. 발만 따뜻한 물에 담가도 반신욕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좀 더 확장해 보았다. 발은 우리 몸에서 몇 %를 차지하고 있을까? 팔등신이 흔하지는 않지만 그 기준이라면 1/8 정도이고, 퍼센트로는 12.5% 정도이다. 몸에서 12.5%만 따뜻한 물에 담가도 온 몸에 혈액 순환이 개선되고, 스트레스가 경감되고, 면역력이 증가한다고 한다. 발까지만 채워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불평을 한다. 앞서 품었던 질문처럼 자신의 삶에 온전히 만족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때마다 한 번씩 생각해 보려고 한다. 지금의 내 상태가 내가 원하는 기준의 12.5%를 만족시키고 있는 상태인지? 내가 다니는 직장의 연봉, 복지, 각종 처우, 회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 동료들의 인성, 리더들의 역량, 일과 삶의 균형 등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지? 항상 만족스러운 부분보다는 부족한 부분에 좀 더 마음을 쏟으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지? 


 참고로, 반신욕을 할 때 몸의 반만 담가야 한다고 했는데 만약 몸 전체 즉, 머리 끝까지 물을 채운다면 어떻게 될까? 한 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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