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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Jun 08. 2021

유혹에 관하여

유혹을 경험한 후에 오는 현타와 절망감에 대한 묵상

 가끔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 영화관보다는 주로 집에서 보는 편이다. 작은 프로젝터를 스마트폰과 연결하고 음향을 효과를 주기 위해 블루투스 스피커와 연결하면 영화관 부럽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어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며, 질겅질겅 오징어나 쥐포를 씹거나 또는 치킨이나 피자를 먹더라도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 다만, 보통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영화를 보는데, 영화를 보면서 먹는 음식이 가끔 나에게 크나큰 유혹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저녁식사를 이미 충분하게 했거나 그날따라 소화가 안 되는 경우엔 그 유혹을 이겨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나는 대게 맛있는 야식의 유혹에 쉽사리 빠지곤 했다.


 저녁 야식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나는 유혹에 약한 편이다. 해야 할 일이 많아도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프로가 나오면 특별한 고민 없이 하던 일을 내려놓고 텔레비전에 빠지는 편이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도 큰 고민 없이 술을 찾는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괜찮겠지만 한약을 복용 중이거나 치아를 발치한 경우에 의사 분이 절주 하라고 했는데도 그리 잘 지키지 못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것 같은데, 잠깐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여지없이 핸드폰에 눈을 고정하고 한 시간 또는 두 시간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다. 이로 인해 시간을 자주 낭비하고, 체중도 늘어났으며 시력도 많이 약해졌다. 이렇게 유혹을 이기지 못해 시간을 낭비하고 건강을 해치는 날이면 경우에 따라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물론 하루를 열심히 산 내게 야식과 음주 정도는 나를 위한 보상으로 허락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습관이 계속 쌓이다 보니 건강이 점점 안 좋아졌다는 점이다. 야식을 할 경우 다음 날 아침까지 소화가 되지 않아 괴로울 때도 많고, 스마트 폰도 너무 자주 보다 보니 난시도 더 심해졌다.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여러 가지 노력을 해 보았다. 의지로 다이어트를 한다고 저녁을 며칠 굼기도 했고, 스마트폰에 사용 시간제한을 걸어 놓기도 했다. 마트에 가면 가끔씩 구매하던 맥주도 사다 놓지 않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일부 결실을 보기도 했지만 보통 삼일 또는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노력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로 했고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새로운 방법 중 요즘 시도하고 있는 것이 행동에 대한 결과에 대해 묵상하기다. 예전에는 늦은 저녁이라도 갑자기 술이 땡기거나 바삭한 무언가가 먹고 싶을 때는 큰 고민 없이 치맥을 주문했다. 시원한 맥주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상상을 하거나 적당히 기름지고 바삭한 닭다리를 한 입 베어 무는 즐거움을 상상하며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음식을 먹고 난 후의 결과를 생각한다. 맥주와 치킨을 먹고 난 후 속이 더부륵 해지고 소화가 안되며 다음 날 체중이 최소 1.5킬로그램 이상은 쪄 있는 나를 상상한다. 소화가 안되어 잠도 잘 못 이루고 늦잠을 자게 되어 다음 날 아침 늦게 일어나며 그로 인해 출근이 늦고 하루 종일 피곤한 연쇄 반응에 대해 묵상해 본다.

 

 이렇게 내가 피해할 것들을 마주 했을 때 당장 얻을 수 있는 즐거움보다 나에게 주는 고통을 생각하다 보면 잠시 머뭇거릴 수 있게 되고 결국 다시 한번 더 내 생각을 점검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유혹을 이기게 되었을 때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을 생각까지 이어가다 보면 먹고 싶은 생각을 내려놓게 된다. 아직 이 방법을 여러 달 적용해 본 것은 아니지만 효과는 괜찮은 편이다. 최소한 작심삼일로 끝나지는 않았다. 최근 체중을 3킬로그램 감량했으며, 스트레스로 술을 마시지 않은 날도 어느새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방심하기는 이르지만 나에게는 잘 맞는 방법인 것 같고, 혹시나 나처럼 유혹에 약하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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