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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Jun 15. 2021

기억력에 관하여

All is well.

 최근 내게 고민이 생겼다. 다름 아닌 기억력에 관한 내용이다. 요즘 자주 방금 전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버스에서 내릴 때 이미 교통카드를 갖다 대었는지 기억이 가물할 때가 있다. 다행히 교통카드를 한 번 더 갖다 댄 다고 결제가 두 번 되지는 않는다. "이미 처리된 카드입니다."라는 친절한 안내 멘트에 안도를 하며 버스에서 하차한다. 


 샤워를 할 때 이런 경우도 있다. 보통 머리를 감고 몸을 닦고 얼굴을 씻는다. 가끔은 순서를 바꿔 머리를 감고 얼굴을 씻고 몸을 닦을 때도 있다. 이때 몸을 닦은 후 내가 얼굴을 씻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가 있다. 피부를 만지면 안 닦은 것 같기도 해서 다시 클렌징 폼을 손에 묻혀 얼굴을 씻는다. 얼굴을 안 씻는 것보다는 차라리 두 번 씻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다. 


 함께 일하는 회사 동료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많다. 직원이 몇 백 명씩 되는 회사도 아닌데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달에 두어 번은 업무로 연락하는 사이인데도 이름이 가물 거릴 때가 많다. 그래서 핸드폰에 이름을 저장할 때 회사명과 부서명을 함께 기입 해 놓는 편이다. 회사명이나 부서명으로 추론하여 이름을 찾는 것이다. 내 기억력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름보다는 직급으로 부를 때가 많아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이겠지라며 위안을 삼는다.


 이렇게 기억력이 감퇴하다 보니 혹시 치매 초기 증상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될 때가 있다. 예전에 어느 의학 전문가의 말을 들으니 치매는 오래된 기억보다는 가까운 기억부터 사라지는 증상이라고 말한 것을 들을 적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회사에서나 지인들과 대화 시에도 기억력을 가지고 논쟁하지 않는 편이다. 기억력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 부분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억력과 치매 사이를 고민하고 있을 때 의사 한 분과 상담하게 되었다. 그분이 치매나 정신과 의사는 아니셨지만 기억력에 대한 내 고민을 들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이가 들다 보면 신경 쓸 것이 많아서 기억력이 감퇴되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회사 일. 집안일. 자녀 문제. 금전적인 문제. 미래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생각을 하다 보면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생각이 분산이 됩니다. 그러다 보면 가끔씩 방금 전에 하고 있던 일에 대해서도 기억이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 요즘에 명상을 해도 5분이라는 짧은 시간조차 집중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계속 새로운 생각이 끼어드는 것이다. 길을 가다가도 계속 이런 생각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할 때가 많다. 침대에 누워 잠자기 전에 이런 증상이 심해질 때도 있다. 그래서 몸은 피곤한데 실제 생각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생각이 많은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회사에서 건강 검진을 받는다. 최근 나이를 더 먹어서인지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이 많이 늘었다. 덕분에 최근 허리 디스크 쪽에 대한 MRI 촬영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치매 관련 건강 검진도 선택해서 받아 볼 계획이다. 내 나이 아직 마흔이다. 디스크와 치매 그리고 노안. 내가 내 몸에 무엇을 그리 잘 못 한 것일까?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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