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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Jun 13. 2021

쉼에 관하여

Take a rest.

 일을 하다 보면 치질 때가 있다. 마치 내 몸에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몸의 기운이 그림자를 따라 땅으로 훅~하고 꺼지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종종 당분 섭취를 즐기곤 한다. 냉동실에서 초콜릿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스푼으로 혀끝을 마사지하듯 올려놓는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눈 녹듯 녹고 조금씩 뇌를 각성시킨다. 부드러움 아이스크림의 감촉을 느끼고 나면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힘을 얻고는 한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쉼을 위해 산책을 즐기는 것이 좋은 수단이 된다. 산책을 할 때는 빌딩 숲도 괜찮지만 나는 나무와 풀이 우거진 자연 숲길을 거니는 것을 선호한다. 자연을 걷다 보면 새의 지저귐이라든지 바람을 타고 전해져 오는 꽃내음을 경험할 수 있다.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후각 등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산책을 할 때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하는 이가 있으면 더 좋다. 조용히 담소를 나누다 보면 내 안에 묵혀 있던 감정도 하나씩 배출이 되고 마음속이 조금씩 비워짐을 경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쉼을 위해 강이나 호수를 즐겨 찾고 있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면 내 마음도 평온을 되찾을 때가 있다. 평소에 내 마음은 마치 바다와 같을 때가 많다. 적당한 파도가 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분노로 마음의 파도를 주체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 호수를 바라보면 나도 그 조용한 물결에 동화되어 마음의 화가 가라앉곤 한다. 날씨가 좋으면 호수에 나무들과 호수 위로 날아다니는 새가 비치기도 한다. 그런 맑고 깨끗한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차츰 정화되는 걸 느끼곤 한다.


 이렇게 쉼을 누릴 때 습관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하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중독되어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최근 들은 얘기인데, 현대인의 몸속에는 전자파가 많다고 한다. 이럴 때 폭포 근처에서 쉼을 취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폭포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우리 몸을 전자파로부터 깨끗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사실인지는 찾아보지 않았다. 다만, 최근 찾은 설악산 비룡 폭포에서 음이온 샤워를 하고 난 후 몸 안에 전자파가 시원하게 제거되는 느낌이 들곤 했다. 마치 피부 속에 박혀있던 가시가 제거되는 개운한 느낌이었다.  


 살다 보면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을 때가 많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중간에 쉼을 갖기란 쉽지 않다. 계속 밀려들어오는 업무 요청 이메일과 상사의 지시에 정해진 시간에 일을 끝마치는 것도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억지로라도 쉼을 가지려고 한다. 오후 4시 정도가 되면 머그 컵에 캐모마일 티백을 담그고 에어 팟 프로를 귀에 꼽고 유키 구라모토의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를 듣는다. 주변 소음이 차단되고 오직 피아노 선율과 입안을 감도는 향에만 집중한다. 약 4분이 안 되는 이 음악을 들으면서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에 있는 루이스 호수를 바라보는 상상을 한다. 


 쉼은 일과 함께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그동안 나는 쉼이라는 선물을 가볍게 여겼던 것 같다. 일을 할 때는 계획을 세우고 꼼꼼하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쉼은 항상 단조롭게 흘려보냈다. 텔레비전 리모컨을 켜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밥 먹고 낮잠을 자는 것이 내 쉼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내게 맞는 쉼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 내게 맞는 쉼을 찾는 과정이 본연의 나를 알아가는 중요한 과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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