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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Jun 19. 2021

경쟁에 관하여

왜 이러는 걸까요?

 요즘 허리 통증으로 조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병원 치료로 다행히 통증이 경감되었지만 완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특히 앉아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 두렵다. 의자에 앉을 때마다 허리와 다리가 조금씩 찌릿해져 오기 때문이다.


 허리를 낫게 하기 위해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수영은 대학교 때부터 했지만 최근 일 년 넘게 코로나로 인해 수영장을 이용하지 않았다. 비록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아 감염 위험이 남아 있지만 아픈 허리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다행히 새로 알아본 수영장은 코로나 상황에서 출입 인원을 최소로 통제하고 있고 작년 2월 코로나 발병 이후 아직까지 확진자 발생이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수영을 다시 시작하면서 다행히 허리가 조금씩 좋아졌다. 게다가 수영장 한 레인의 이용자 수가 2~3명이라 매우 쾌적하게 수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끔 같은 레인에서 수영 실력이 매우 좋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조금 긴장이 된다. 괜히 나의 수영 속도가 늦어 뒷사람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수영을 잘하는 사람과 같은 레인에서 자유형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누가 더 빠른지 경쟁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경쟁심이 생기는 순간 이상하리만큼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몸이 긴장하는 것이다. 평소 페이스 대로라면 체력 소모 없이 가능한데, 남을 이기기 위해 전력으로 수영하다 보니 25m 거리도 숨이 차거나 힘이 부칠 때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수영을 하다 보면 밸런스가 무너지고 물을 먹는 횟수도 조금씩 늘어 난다. 사실, 나와 같은 레인에서 수영하는 사람은 나를 신경 쓰지 않을 텐데, 나 혼자 상대방보다 빨리 수영해 보겠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질 때가 있다. 상대방은 나를 경쟁 상대로 생각조차 않는데, 나 혼자 그 사람보다 잘해보고자 안간힘을 쓸 때가 있다. 이럴 때 평소보다 무리를 하게 된다. 업무 시간도 늘어나고, 더 잘해보고자 하는 욕심에 스트레스도 받게 된다. 더 잘해 보고자 하는 마음만 있을 뿐, 실제 일이 더 잘 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가끔은 경쟁심에 상대방의 합리적인 의견에도 왠지 모르게 딴지를 놓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러다 상사가 상대방을 좀 더 좋게 평가하는 말을 들으면 고통 속으로 빠지게 된다. 자존감은 떨어지고 상사의 평가 한 마디에 내 기분이 종속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삶의 균형과 감정이 유지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오래전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는 것이 기업들 사이에서 만연하게 회자된 적이 있었다. 미꾸라지 어항에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생기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기업에 적용하여 다면평가제도와 진급제도, 성과급 제도 그리고 신진세력 투입과 같은 제도가 생겨났다. 이로 인해 기업은 조직의 정체현상을 극복하고 생산성을 증대했다고 한다. 이 메기 효과라는 것이 말 그대로 효과가 있긴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경쟁은 사람을 긴장시키고 생존을 위해 뭔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 방향이 어떻든 말이다.


 경쟁이 가진 좋은 면이 있겠지만 반대로 경쟁은 상호 협력을 방해하기도 한다. 나에게는 두 명의 아이가 있다. 이 둘에게 달리기 시합을 시켜본 적이 있다. 평소 잘 지내던 두 아이도 이렇게 경쟁을 시켜 놓으면 서로를 이기려고 이를 악물고 달린다. 때로는 상대방이 잘 달리지 못하도록 상대방 레인에 끼어드는 반칙을 할 때도 있다. 그 모습을 본 후로 나는 이런 달리기 시합을 시키지 않는다. 대신 둘이 함께 협력하여 시간을 단축하는 이어 달리기 시합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서로에게 응원을 보내 준다.


 가끔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우리가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은 저 밖에 있는 다른 회사인데, 왜 우리는 우리끼리 싸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영업과 마케팅이 싸우고, 시니어와 주니어가 대립하고, 함께 입사한 동료들끼리 서로 눈에 띄기 위해 경쟁한다. 상사들도 때론 그러한 경쟁을 부추긴다.


 예전에 '불편한 진실'이라는 개그 코너가 있었다. 그때 유행어가 가끔 생각이 난다.

 "이것들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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