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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Jun 21. 2021

이치에 관하여

그리고, 나의 연약함에 관하여

 "허리는 괜찮으세요?" 요즘 자주 듣는 말이다. 작년에 척추관 협착증으로 한동안 통증으로 고생을 했다. 몇 달 후 통증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자에 앉을 때마다 허리에 뻐근함을 느끼고 있다. 그 뻐근함이 조금이라도 지속되면 다시금 다리에서부터 통증이 올라온다. 그래서 앉는 행위가 때론 두려울 때가 있다.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인 줄 아프고 나서야 깨닫는다. 앉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보통 서 있거나 누워 있어야 한다.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프고, 오래 누워 있으면 온 몸이 불편하다. 앉는 자세가 허리에 제일 부담을 준다고 하나, 그만큼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자세도 없는 것 같다. 서거나 누워서 오랜 시간 공부한 사람은 별로 없어도 앉아서는 몇 시간도 가능하지 않는가?  


 허리에 대한 안부를 물을 때마다 내가 하는 얘기가 있다. "괜찮아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갑자기 아픈 게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안 좋아진 거라서요." 사실 나도 처음엔 허리 통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빨리 낫기를 바랐다.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면 곧 좋아 질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병원을 열심히 다녔다. 도수치료 같은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는 치료도 여러 차례 받았다. 허리가 빨리 낳을 수 있다면 그 정도 투자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게다가 회사에서 정상적인 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빨리 나아야 했다. 언제까지 아픈 것으로 양해를 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치료를 받았으나 아픈 곳은 마음처럼 쉽게 낫지 않았다. 어느새 몸에 병을 달고 산지 반년이 조금 더 지났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나를 지나친 또는 아직도 지니고 있는 몇 가지 병들이 갑자기 찾아오지는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은 병들은 상당 기간 좋지 않은 습관이 누적되어 병으로 발현된 것이다. 허리 통증 외에도 최근 소화 불량과 식도염으로 고생했다. 그전까지 밥을 먹은 후 피곤하다는 핑계로 소화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채 바로 누워 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퇴근 후 스트레스로 음주와 폭식을 한 후 여러 차례 바로 잠자리에 누웠으니 소화 기관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소화불량과 식도염을 느낄 때 소화제 몇 알이면 다시 예전의 소화력을 되찾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내 나이 어느덧 마흔이다. 피부에 작은 상처도 예전처럼 쉽게 아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시력이 걱정이 된다. 하루 종일 회사 일을 하고 와서 퇴근 후 스마트 폰에 빠질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십 분만 봐야지 하는 것이 몇 시간을 넘길 때가 많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유튜브를 보다 보면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눈이 점점 건조해졌고, 눈에 자주 핏기가 돌았다. 루테인이라는 약을 먹어 보기도 하고, 따뜻한 수건으로 눈 마사지도 해 보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눈을 쉬게 해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회사에서 퇴직하면 취미인 독서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 낙으로 살고 싶은데 노안과 근시로 책 읽는 것이 힘들어 질까 걱정이 된다. 시력도 아직까지는 괜찮을지는 몰라도 허리 통증이나 소화기관처럼 어느 시점을 넘겨 병이 되고 다시 정상화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까 염려된다.


 오랜 기간 누적된 나쁜 습관으로 병이 났으니, 그 병이 나아지는 것도 그만큼의 시간은 최소한 필요할 것이다. 전과 다른 습관을 오래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폭식을 했으니, 오랜 기간 소식을 해야 한다. 오랜 기간 잘못된 자세로 앉아 있었으니, 오랜 기간 곧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게 '삶의 이치(理致)'인 것이다. 그런데 그 이치를 알면서도 행동으로 바로 옮기지 못하는 나의 연약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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