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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Jun 23. 2021

생각의 틀에 관하여

원래 그런 것은 없다.

 최근 유튜브를 떠돌다 오래된 뉴스 하나를 접했다. 다름 아닌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오래된 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북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가 인기리에 그리고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북한 당국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적발되면 징역형에 처하고, 이를 유통한 사람은 최고 사형에까지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접할 때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마왕 신해철이다. 그는 오래전 'MBC 100분 토론'에서 체벌, 대마초, 간통, 사이버 모욕죄 등 당시로서는 뻔히 질 것 같은 주제에 대해 논객으로서 자기 소신을 펼쳤다. 당시에도 신해철은 국가의 감독, 처벌보다는 개인의 권리, 인권을 중요 시 했다. 예를 들어 대마초와 간통 그리고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가진 윤리 의식과 품성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며 국가에서 강제하고 처벌한다고 개선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다. 지금은 콜럼부스의 달걀처럼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내용이지만, 당시로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실제 몇 년 후에 초, 중, 고에서는 체벌이 금지되었고, 간통 죄은 위헌으로 판결이 났다.   


 최근 지인들과 함께 읽으며 토론을 하고 있는 책이 있다. 필립 얀시가 쓴 '놀라운 하나남의 은혜'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진정한 하나님의 은혜란 무엇인가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 그리고 신학 대학교를 다니며 겪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어린 시절, 당시 교회에서는 하나님의 사랑을 설교하지만 흑인과는 함께 예배드리지 않는 교회 문화가 있었다고 했다. 또한 신학대학을 들어가서는 남녀가 함께 수영하는 것, 미니스커트를 입거나 화장하는 것, 춤추는 것, 일요일자 신문을 읽는 것에 눈살을 찌푸리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당시에는 방금 언급된 모든 것을 기피하는 것이 율법을 지키며 온전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나님이 정해 놓지도 않은 그러한 규정들 때문에 저자는 교회와 신학교 어디에서도 예수님의 포용과 사랑 그리고 진정한 은혜는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는 어느 시기 그리고 어디에 살고 있는 가에 따라 부지불식간에 어떠한 틀에 갇혀 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보면 구시대적이고 '어떻게 저런 것을 받아들일 수가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어릴적에도 선생님이 행하는 체벌을 학생뿐아니라 부모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당연히 머리를 빡빡 깎고 남녀가 구분된 공간에서 공부를 해야 다른 것에 방해받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군대에 입대할 때 조교는 말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신체는 국가의 것입니다!” 당시 나는 그 말을 받아 들였고, 그들이 주입한 생각에 따라 훈련에 임했다.


 예전에 작가 김영하 씨의 인터뷰를 들을 적이 있다. 그가 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책과 관련된 내용이다. 그는 당시 이 책으로 신인상을 받았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내가, 내 몸이지만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책 제목 자체가 당시 독자들에게 굉장히 파격적으로 다가갔다는 것이다.


 요즘 드는 생각이 있다. 서울을 떠나 살 수 있을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군과 학원을 포기해도 아이들이 학습 부분에서 잘 성장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름 우리 사회에는 성공 또는 성장 공식있는데, 그것을 벗어나서 잘 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이 있다. 물론 요즘에는 이러한 공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깨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는 넘기 전인 것 같다. 주류에 속하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과거의 공식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마치 머릿속에 "그래도 여전히 이 길이 정답이야" "남들도 아직 다 그렇게 살고 있잖아" "원래 그런 거 아닌가" 하며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 모두는 어릴 때 궁금한게 많았다. "왜 하늘을 파래요?" "왜 지구는 동그란데 땅은 평평해요?" "왜 공부해야 하죠?" "대학이 인생이 전부인 가요?" 그러나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게 "원래 그런 거야. 원래 하늘은 파랐고, 지구는 동그랗지만 땅은 평평하고, 학생이니 공부를 해야 하는 거고, 대학은 가야 사람 구실 하는 거야. 원래 그런 거야! 그러니 이제 그만 질문하고 하던 거 열심히 해."였다. 하지만 살면서 알게 된 것은 원래부터 그런 것은 없고 다 이유가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은 원래 그런 것에 질문하고, 탐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생각의 틀에 도전하는 사람들에 의해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잘 알고 있는 내가 아직 깨지 못한 생각의 껍질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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