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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Jun 25. 2021

여행을 추억하는 방법에 관하여

Journey must go on.

 여행.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 되는 두 글자다. 나의 첫 여행지는 제주도였다. 정확히 말하면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던 여행지를 말한다. 당시 나는 학교 선/후배 및 동기들과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태어나서 처음 비행기를 타 보았고, 기내식은 아니었지만 당시 마셨던 과일 주스 등이 기억이 남는다.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과 태양이 내리쬐는 화창한 하늘 그리고 코끝 어디선가 느껴지는 바다 내음까지 선명하지는 않지만 희미하게나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행위 중 하나는 사진 찍기가 아닐까 싶다. 사진은 여행을 기억하는 법 중 가장 대중화된 방법이다. 다만 사진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내가 여기 왔다 갔음을 남기기 위해 역사적 기록 측면에서 사진을 찍는다. 또 어떤 사람은 여행을 하면서 행복한 기운이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질 때 그 느낌을 잡고, 그 느낌을 추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사진 찍는 태도가 어떻든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망각의 동물인 우리가 과거를 추억하는데 긴요하게 사용된다.


 과거 회사에서 외부 미팅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당시 차로 이동할 때마다 여행 관련 Podcast를 종종 들었다. 그때마다 여행을 추억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녹음하기였다. 복잡한 장비가 없어도 된다. 그저 스마트폰에서 녹음 기능을 켜면 모든 준비는 완료다. 당시 출연자는 사막과 도시를 여행하면서 종종 녹음을 했다고 했다. 방송 중 그가 들려준 녹음 파일에서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들렸고, 유럽 어느 도시의 지하철 정거장 안내 멘트와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녹음한 내용을 들으면서 마치 나도 그 장소에 가 있는 것 같은 공감각이 느껴졌다. 그 후로 나도 여행을 다닐 때마다 녹음하는 습관이 생겼다. 최근에는 국내 어느 산으로 여행을 갔는데, 산속 깊은 곳에서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녹음했다. 그리고 가끔 잠자리에 들기 전 답답한 마음이 들 때마다 그때의 시원한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곤한다.


사진 촬영과 소리 녹음 외에도 여행지에서 주로 하는 습관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음악 감상이다. 몇 년 전 핀란드를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그곳에서 나는 영화 About Time의 OST 중 하나인 How long will I love를 자주 들었다. 왠지 핀란드의 느낌과 그 노래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핀란드의 시내를 거닐 때나 한적하게 호수를 바라볼 때 귀에 이어폰을 꼽고 그 노래를 들었다. 그때마다 음악의 선율과 내가 머문 곳의 풍경이 하나가 됨을 느꼈다. 그리고 핀란드를 떠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라디오에서 이 음악이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잠시 눈을 감아 핀란드로 공간 이동하는 상상을 한다. 그때마다 핀란드에서 느꼈던 자유, 평안, 행복이 동일하게 느껴진다.


 여행을 추억하는 방법 이 밖에도 많다. 내 아내의 경우는 여행지에서 자주 그림을 그린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사진도 좋지만 여행을 마치고 그림이 주는 다른 매력 때문에 더 찾아보게 되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지와 관련된 영화를 다시 한번 더 찾아보는 것도 추억을 되살리는 괜찮은 방법이다. 내 경우 영국을 추억하고 싶을 때는 Love actually나 Notting hill을 즐겨 보는 편이고, 핀란드를 추억하고 싶을 때는 카모메 식당이나 전도연과 공유가 주연한 남과 여라는 영화를 보곤 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떠올리고 싶을 때는 Gloomy Sunday, 미국 여행을 추억하고 싶을 때는 La La land 같은 영화도 다시 보곤 한다.


 나의 남은 인생 동안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그때마다 여행을 추억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떠오를 것이고, 나는 그것들이 모여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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