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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Jun 27. 2021

코로나에 적응하는 방법에 관하여

New life under COVID-19

 2021년 6월 27일. 코로나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언제 종식이 될지 아직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람들은 어느새 마스크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무가 울창한 산책길에서 한 번씩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폐에 주입하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코로나 상황에서 자주 느낀다. 처음에는 어색함과 어려움이 있었던 화상 회의도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 반드시 한 장소에 모여야만 의사결정과 온전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바뀐 지 오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답답한 감이 있지만, 그것 역시 각자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요즘 코로나 상황에 여러모로 잘 적응하고 있다. 물론 힘든 것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한 예로 최근 수영장을 다니는 데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다. 최근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영장을 다시 찾았다. 수영장에 전화 해 물어보니 인원 제한도 있고 방역도 철저하게 하고 있어서 코로나 발생 이후 확진자가 나온 사례는 없다고 했다. 다행히 최근 나는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기도 해서 감염에 대한 고민을 조금은 내려놓고 수영장을 다닐 수 있었다. 요즘 수영장에 가면 사람이 없다. 코로나 전에는 보통 한 레인에 10명씩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가 수영장인지 목욕탕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한 레인에 보통 2명, 많아야 4명 정도다. 어떤 때는 나 혼자서 한 개 레인 전체를 사용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마치 호텔 수영장에 와 있는 것처럼 여유롭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영화관 이용도 좋은 예다. 영화관은 백신을 맞기 전에도 가끔 이용 했다. 물론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다. 마스크를 꼼꼼히 쓰고 물조차 마시지 않았다.  방역 수칙을 잘 지켜서 관람을 했는데,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었다. 우선은 바로 옆에 사람이 없으니 팔걸이를 혼자 다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덕분에 심리적인 불편감도 줄고 온전히 영화에도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보다 늦게 영화관에 입장하는 사람을 위해 불편하게 자세를 고쳐 잡지 않아도 되었다. 가끔씩 4D 같은 티켓 값이 비싼 영화도 일반 영화 티켓 가격에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영화 관람인원이 많지 않으니 굳이 예약을 해야 할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신작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재택 역시 빠질 수 없는 장점이다. 재택을 하다 보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과 조금 덜 부딪히게 되고 불필요한 잡담도 줄어든다. 보다 효율적인 업무 진행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여 그 시간에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됨은 큰 소득이라 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 각 1시간씩 2시간이면, 그 시간에 명상, 운동, 책 읽기 등 몇 가지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고, 그간 챙기지 못했던 체력을 키우고, 업무와 관련된 지식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재택으로 인한 단점도 있다. 동료들과 업무 커뮤니케이션 양도 줄다 보니 아무래도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주일 내내 재택이 아닌 특정 요일은 출근을 하여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기도 한다.


 가장 큰 장점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사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늘어났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위해 아쉽지만 나 역시 아이들에게 시간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 평일 저녁 또는 주말을 보내고 싶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점차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 친구들과의 만남이 어려워지자 가족끼리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 역시 코로나가 끝나면 아이들이 다시 친구들에게 갈 것이므로 이 시간을 가족 소풍과 여행으로 나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코로나 전에는 주말에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놀이동산을 가면 나는 집에 남아 책을 보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는 주말이면 아이들을 위해 집에서 요리도 하고,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숲으로 도시락을 싸들고 가족들끼리 시간을 보낸다. 덕분에 가족 간의 유대도 더 좋아지고 가까워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나 역시 힘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생활의 패턴을 조금씩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하나씩 내게 맞는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다윈은 말했다.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적응을 잘하는 종이 살아남는다고. (It is not the strongest of the species that survives, nor the most intelligent that survives. It is the one that most adaptable to change.) 다들 어려운 시기 각자의 적응 방법으로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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