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함 없이 살기 어려운 이유

내 삶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부분

by 노용기

나는 '박사' 또는 '작가'라는 호칭을 가진 사람들이 때론 부럽다.


한 번 박사가 되면 계속 박사로 불린다.

그들이 졸업 후 어느 조직에 속해 있든, 또는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든 말이다.


작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등단이든 출판을 통해서든 한 번 작가로 불리면 계속 작가로 남을 수 있다.

그들이 계속 글을 쓰든, 더 이상 쓰지 않든 그들이 원치 않는 한 계속 작가로 불린다.


그러나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상무, 전무는 조금 다르다.

그들이 조직을 떠나는 순간부터 더 이상 그들 이름 뒤에는 직급의 호칭이 붙지 않는다.

이름만 남는다.


그래서 조직을 떠난 이를 만날 때 어떻게 불러야 할지 참 애매할 때가 많다.

조직을 떠난 지 10년 넘은 사람에게 계속 O부장님이라 부르는 것도 이상하다.

그나마 부장까지는 괜찮은 것 같은데 그 아래 직급은 때론 실례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별다른 직함이 없을 경우 이름 뒤에 '씨'를 붙인다.

씨는 '그 사람을 높여 부를 때 쓰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그런데 나는 씨가 존칭어로 느껴지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OOO 씨" 또는 "어이 O 씨~"라고 할 때 나는 존중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박사' 또는 '작가'라는 호칭을 가진 사람들이 때론 부럽다.

아직은 아무런 호칭과 직함 없이 내 이름 석자로만 세상 가운데 서 있을 자신이 없어서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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