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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Aug 03. 2021

관성과 마찰력에 관하여

스스로에게 관대해질 필요가있는 요즘입니다.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부터 내 머릿속은 '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아니, 정말 잠이 들 때까지는 일만 생각한 적도 많다. 샤워를 하면서도 아이디어가 떠올라 아르키메데스처럼 샤워를 하다 말고 메모를 하기 위해 욕실을 뛰쳐나간 적도 있다. 이러한 생각을 지우기 위해 다른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일에 대한 생각은 마치 러시아를 침공하는 독일군 마냥 계속 뇌를 파고들었다.


 일에 대한 생각은 나의 행복감을 상당 부분 저하시킨다. 일에 대한 즐겁고 재미있는 생각보다는 내일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걱정,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대한 분노, 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계속 괴롭힌다. 그러한 생각과 감정에 한 번 빠지면 마치 개미지옥에 잡아 먹히는 것처럼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최근에도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 코로나 장기화로 회사 사람들과의 소통이 줄면서 일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하는 빈도가 더 늘었다. 예전에는 오고 가며 이야기하는 가운데 가볍게 논의할 수 있는 일도 이제는 별도로 미팅을 잡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미팅이 잦다 보니 미팅 시간도 엄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로 인해 마음의 압박이 생겼는지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갈등이라는 씨앗이 심어졌고 그 갈등은 번뇌와 분노, 체념으로 변모해 갔다. 


 계속 이러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없어 어느 순간 모든 생각을 내려놓기로 했다. 어차피 일에 대해 생각한다고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으며 오히려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시나리오로 인해 오히려 감정 소모만 심해졌기 때문이다. 감정 소모는 체력의 저하를 가져왔다. 그래서 딴생각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중에 하나가 주말에 뭐할까라는 생각이다. 내일, 그리고 다음 주에 할 일을 고민하기보다 돌아오는 주말에 뭐하고 놀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괴로운 생각이 들 때면, 나의 상태를 자각하고 생각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생각이라는 것도 운동의 법칙처럼 관성과 마찰력이 있는 것 같다. 일에 대한 생각을 한 번하게 되면 계속 그 생각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노는 생각도 한 번하게 돼도 계속 그 생각에 빠진다. 쇼핑에 대한 생각, 먹는 것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고민한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음을 깨닫고 차라리 주말에 호수를 거닌다던가 미술 전시회를 천천히 걷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이때 마찰력이라는 것이 있어서 처음에는 생각의 전환이 잘 안된다. 그래서 생각의 전환이 잘 안될 때는 내가 지금 마찰력 때문에 생각이 안 바뀌는 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전환 시도를 해야 한다. 생각을 반대방향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 지점과 순간이 지나면 생각이 전환되고 그때부터는 잠시라도 즐거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요즘 태도에 대해서 생각을 자주 한다. 세상의 어떤 사람도 고난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고난을 잘 견디고 이겨내는 사람이 있고, 그 안에서 허우적 되는 사람으로 나뉜다. 세상일이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맘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그때마다 포기하거나, 아니면 결과가 어떻든 끝까지 한 번 해보자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가질 수 있다. 모두가 질 거라고 생각했던 게임 해서도 '한 번 해보자! 후회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면 그 상황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조금이나마 생긴다. 그렇게 견디는 과정에서 잠시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의 전환이 아닌가 한다. 지금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을 홀로 걷고 있다고 느껴지거나 험난한 산악 지대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잠시 오아시스에 들려 물을 마시거나 잠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하늘을 올려 본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러니 생각의 소용돌이에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잠시 생각을 쉬게 하거나 즐거운 상상으로 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힘든 시기다. 이런 시기에는 채찍질보다는 스스로에게 관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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