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용기 Aug 06. 2021

'딴짓'에관하여

사이드프로젝트 & 부캐 그리고 딴짓

 회사를 다니다 보면 만족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 불만족이 계속 퇴적물처럼 쌓이다 보면 더 이상 호흡이 곤란한 순간이 오게 된다. 그때는 마치 물에 빠진 것처럼 그 안에서 생존을 도모하기보다는 어서 빨리 물 밖으로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된다. 지금까지 나에게 주어지는 현실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게 된다. 그렇다. 이러한 욕구는 현실을 부정하고 도피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어떻게든 현실을 더 좋게 변혁하고 싶은 긍정적인 에너지인 것이다. 나 역시 이러한 경험을 했으며, 그때마다 이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곤 했다.


 회사에서 만족을 얻기는 힘들다. 구조 자체가 그렇다. 대게는 자신이 원하는 일이 아닌 누군가의 지시나 요청을 받아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요된 일을 밤늦게 까지 해서 제출했을 때 돌아오는 피드백이 부정적이거나 '좀 더!'를 요구받는 경우라면 정신과 체력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월급이라는 대가로 이러한 삶을 받아들인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임금을 받는 것이므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인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으로는 삶을 영속하기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딴짓'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딴짓을 요즘은 사이드 프로젝트 또는 부캐(부가적인 캐릭터)라는 좀 더 세련된 표현으로 조금씩 전파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딴짓을 시도한 것은 육아휴직을 하면서부터다. 직장생활을 하고 10년이 조금 안 될 때이니 요즘 시대에 비하면 조금 늦게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그때 처음 한 딴짓이 바로 글쓰기였다. 마침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육아 휴직하면서 경험하는 소소한 일상을 적고자 시작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딴짓이 얼추 5년이 되어간다.


 '딴짓'은 삶의 풍요, 새로운 나에 대한 발견 등 인생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부분의 딴 짓은 당장 돈이 되거나 하지는 않지만 정신적인 행복을 가져다준다. 오래전에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비비안 마이어는 유모로 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유모로 지내면서 번 돈으로 필름을 사서 수만 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그중 일부는 인화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그녀가 남긴 필름과 사진은 낮은 가격이지만 경매에 낙찰되었고, 사진에 담긴 진실된 시선과 인간의 본성에 관한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화는 그녀가 남긴 사진을 발견하고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추적하면서 시작한다.   


 최근 회사의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급증하고 있다. 회사에게는 야근과 주말 근무로 초과 성과를 내지 못해 미안(?)하지만, 체력적으나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조금씩 '딴짓'을 하며 회복 해 가고 있다. 글쓰기도 틈틈이 하고 있고, 최근에는 연극 수업도 신청해서 듣고 있다. 연극 수업은 코로나 상황이라 조금씩 일정이 뒤로 밀리고 있지만 자못 기대가 되는 딴짓이다. 그리고 운동선수가 되기 위한 딴짓도 준비 중에 있다. 40대가 넘다 보니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부쩍 느끼게 되었고, 지인 분의 조언에 따라 운동선수되자라는 모토로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지금 하고 있는 딴짓이 내 삶에 어떠한 열매를 맺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고전인 '중용(中庸)'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그치지 않으면 오래가고, 오래가면 효과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관성과 마찰력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