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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Aug 09. 2022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번아웃(Burnout):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극도의 피로, 연료 소진

 몇 해 전 겨울, 갑작스럽게 허리에서 통증이 왔다. 한 동안 병원을 다녔고, 여전히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프다. 하루 8시간 회사 업무를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능력이 없어서 잘릴 확률보다, 아파서 회사를 그만두게 될 확률이 더 높아 보였다. 일은 계속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나는 그 모든 것을 감당해 낼 체력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몇 해를 보내다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했고, 새로 옮긴 직장에서도 4개월 하고 1주일을 다녔다. 이직의 이유가 번아웃(Burnout)은 아니지만, 아마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을 것이다. 매일 저녁잠이 잘 오지 않아 불면증으로 고생을 했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명치 부위가 자주 답답했다. 앞서 언급한 허리 통증도 호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신적으로도 소진이 되어 가고 있었다.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매일 정신적,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체력 증진을 위해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한 동안 쉬고 있었는데 감염보다 지금 당장의 건강이 더 심각해 보였다. 원래 수영을 조금 했기 때문에 중급반에서 시작을 했고, 최근 상급반으로 올라갔다. 오랜만에 상급반에 올라오니 실력차가 너무 커서 매번 숨이 벅차고 때론 과호흡으로 공포감까지 든다. 회사에서도 일이 너무 많아 때론 심리적인 공포감이 들었는데, 수영할 때조차도 이런 감정이 들다니...


  4개월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다음 회사로 이직하기 전 약 2주간의 휴가가 주어졌다. 4개월 다닌 직장에 입사할 때, 입사 날짜보다 일주일 전에 미리 회사에 가서 일을 할 정도로 나름 의욕을 보였다. 즉, 중간에 쉬는 날 없이 바로 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된 이상 이번에는 무조건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주간의 휴가로 모든 것이 회복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해진 기간에 최대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새롭게 충전된 상태로 새 직장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던 중 새 직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입사 날짜를 좀 더 뒤로 연기해도 되겠냐고. 


 그렇게 나에게 좀 더 긴 휴가가 주어졌다. 좀 더 쉴 수 있게 되니 마음이 더 편해졌다. 한동안 번아웃으로 미뤄왔던 글쓰기도 이렇게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글쓰기가 나에게 좋은 취미이나 번아웃이 왔을 때 글 쓰는 것이 마치 수십 킬로그램의 역기를 드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여겨졌다. 입사 날까지 한동안 경제적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차를 마실 여유, 땀을 좀 식힐 여유, 잠시 숨을 쉴 여유가 생김에 감사한다. 


 번아웃이 갑자기 온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만성적인 나의 생활방식, 즉 삶의 찌꺼기들이 쌓여 병이 되었을 것이다. 치료 역시 갑자기 이뤄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금부터 조금씩 방향을 틀어보려고 한다. 잠자는 시간에 스마트 폰보다는 좋은 글귀를 읽으며 잠들려 한다. 저녁에 술과 과식으로 위장을 괴롭히기보다는 귀리죽으로 편안한 속을 만들려고 한다. 상황을 비판적이고 비관적으로 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노력하고 있다. 운동을 미루기보다는 매일 1시간 이상 몸을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하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할 수 있을 만큼만 정해서 해 보려고 한다. 


 그렇게 다시 한걸음씩 건강한 삶의 방법을 찾아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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