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용기 Aug 19. 2022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

소확성 

 서른 살 중반 때 일이다. 당시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아버지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당시 아버지께서는 체력 관리의 중요함을 말씀해 주셨다. 오십이 넘어가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체력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오십이 면 아직 10년도 더 남은 일이기에 그전에 틈틈이 체력관리를 잘해 두면 오십 대에 큰 문제는 없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문제는 오십이 아닌 사십부터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일들이 벌어졌다는 거다. 매일 아침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힘들고,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오후 4시만 되면 몸이 지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마다 회사에 비치된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먹으며 당을 보충하고 나머지 2시간을 채워 퇴근을 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로 인해 업무가 폭증했고, 장시간 근무로 허리 디스크에 무리가 가고 번아웃까지 오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게 회사를 이직하면서 두 달간의 무급 휴가가 주어졌다. 이 기간 첫 번째 목적은 체중을 줄이는 것이다. 어느 의사의 유튜브를 보니 체중 증가로 허리 디스크를 누르게 되어 통증이 유발된다고 한다. 5킬로그램의 아령이 내 허리 디스크를 누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체중 감량은 피할 수 없는 목표가 되었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당분과 밀가루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양질의 지방 등 건강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고 한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회사 다닐 때와는 식습관의 차이를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침마다 수영을 하고, 힘들지만 짧게나마 헬스를 하고 집에 온다. 그리고 오전 또는 오후에 왕복 1시간 30분 정도의 산을 등산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불과 몇 주전만 하더라도 계속 누워만 있게 되고 마음으로만 해야지 하면서도 실제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과 몸이 움직이는 간격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전에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도 실제 행동까지 몇 시간이 걸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몇 분 정도면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러한 생활패턴을 가져가는 데 있어 좋은 점은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에는 몸이 피로하다 보니 계획했던 것도 미룰 수밖에 없게 되고,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 '이젠 안 되나 보다'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잡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씩 몸을 움직이면서 활력을 찾아가게 되고 하나씩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들을 이루면서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점이 번아웃을 조금씩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매일 엘리베이터 대신 20층 이상 계단을 오르는 일, 하루에 한 번은 숨이 찰만큼 수영을 하는 것, 그리고 이렇게 오랜 기간 미뤄온 글을 쓰는 등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성취감이 그동안 병들었던 정신건강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회사 업무를 하다 보면 매일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다. 오히려 나의 경우는 나의 행동과 업무 결과들에 대한 좌절감과 후회 그리고 번민으로 보내는 때가 많았다. 가능하다면 회사에 복귀해서도 일상의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활동들은 이어가 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젠 뭔가 해 보고 싶어 졌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