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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Aug 27. 2022

나를 알아 간다는 것

생체실험 27일째. D-34일. 

  어린 시절 나는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았다. 불량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잇몸에서는 자주 피가 났고, 충치가 많아 성한 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치아 때문에 치과 치료에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였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조사하고, 치과 선생님들께 물어보기도 하고, 다양한 치약과 치아 도구들을 구입해서 시험해 보았다. 그렇게 찾은 방법이 모 제약회사에서 나온 치약과 특정 브랜드의 치실, 그리고 굵은소금이었다. 최소한 잠들기 전에는 칫솔질과 치실 그리고 굵은소금으로 입안을 헹군 다음부터는 치과 검진 때마다 치아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얘기를 계속 듣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수면이라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아 새벽까지 몸을 뒤척이다 겨우 잠들곤 했다. 그런 상태에서는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하루 일과를 정상적으로 소화하기도 어려웠다. 집중력은 흐려지고, 몸이 피곤하다 보니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기 어려웠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수면 관련 서적 및 유튜브 동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침구 및 조명 교체 등 수면 환경을 바꿔보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다행히 나에게 맞는 나름의 방법을 찾게 되었다. 나의 경우, 적절한 수면을 위해 낮부터 시간 때에 따라 생활 습관에 변화를 주는 것이 효과가 있었다. 낮부터 햇빛에 몸을 자주 노출하고, 저녁 6시 이후에는 식사를 절제하고, 저녁 9시 이후에는 조명을 바꾼 후 간단한 독서, 일기, 명상을 하면서 잠에 드는 것이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다.  


 불면증 외에도 전반적인 체력 저하가 심해, 아침마다 수영을 하고 있다. 다만 한동안 수영을 게을리한 결과로 자세가 흐트러졌는지 예전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나름 맨 앞에서 빠르게 치고 나갔는데 지금은 나보다 연로하신 분들에게도 자주 뒤처지기 일쑤다. 수영 강사들의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자세를 수정하고 있는데, 큰 틀에서의 내용은 비슷하지만 세밀한 부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다. 마치 어떤 의사는 비타민이 몸에 좋으니 정기적으로 먹으라고 하고, 다른 의사는 비타민이 몸에 좋기는 하지만 가려서 먹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하는 것과 같다. 이럴 땐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허리 디스크 때문에도 여러 가지 재활 운동과 자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이 역시도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운동이 도움된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런 운동은 디스크에 치명적이라고도 한다. 이 역시 혼란스럽다. 결국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렇게 나를 알아가면서 하나씩 비법이 쌓이면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요즘 잠시 일을 쉬면서 이렇게 나를 하나씩 알아가는 연습을 해 보고 있다. 소화불량, 불면증, 허리 디스크 통증, 번아웃, 그리고 전반적인 체력 저하 등 그동안 여러 가지 잘못된 습관으로 인해 축적된 결과들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 일반적인 답은 이미 전문가들을 통해 나와 있지만 나에게 맞는 '정답'은 여러 시도를 통해 스스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고, 나름의 가설을 세운 후 조건을 달리하여 테스트를 하는 과정은 마치 '나'라는 생물을 실험하는 것처럼 지난하다. 하지만 그 방법을 찾지 못하면 나는 문제에 직면하고 해결하기보다, 또다시 문제에서 도망칠 수 있다. 물론 퇴로는  또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동안 방치된 나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나만의 방법들을 찾고 싶은 마음이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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