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하며 세 달을 쉬고 보니...
한 동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이 되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티나 하는 걱정에 언제나 마음이 무거웠다.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나의 몸과 마음은 마른걸레처럼 물기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링거 주사를 맞듯 냉장고에 가득 채워진 맥주 캔 하나를 꺼내어 든다.
방울방울 기포 위로 뭉게구름처럼 펼쳐진 황금빛 거품을 보며 날마다 스스로를 위로했다.
"아빠는 술쟁이"
웃으며 놀리듯 말하는 딸아이의 한마디가 폐부를 찌르듯 아프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저녁,
책장 뒤편에 숨겨둔 이름 모를 담배 한 개비와 라이터를 들고 대문을 나선다.
하늘 보고 담배 한 모금 그리고 땅 보고 한 숨 한 번, 다시 담배 한 모금 한 숨 한번.
담뱃재가 필터 바로 앞까지 타들어가면 그제야 터벅터벅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런 상태에서 시작된 육아휴직.
어느덧 90일이 지났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메말라버린 가지에 꽃이 피듯, 내 몸에도 생기가 퍼져나간다.
움추러있던 심장이 기지개를 펴고 뜨거운 피를 힘차게 펌프질 하여 온 몸 구석구석으로 보낸다.
가슴속에는 잊혔던 열정이 조금씩 꿈틀거리며 찬란한 여름을 기다린다.
그리고,
맥주는 한 달에 한 두 캔(?)
담배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