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지는 게임이다.

by 노용기

부모 VS 아이


아침

부모: 해가 뜨기도 전 회사를 가기 위해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하루를 준비한다.

아이: 잘 거 다자고 눈 떠질 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

부모: 점심을 먹고 나면 춘곤증에 몸이 나른해지지만 다시 정신 차리고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이: 점심 먹고 2시간 낮잠을 잔다.


저녁

부모: 하루 종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밥 짓고, 아이들 씻기고, 양치시키고 나서야 자기 샤워를 한다.

아이: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고 와서 기운이 펄펄 넘친다.


회사를 다닐 때 퇴근하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우선 정시 퇴근하고 집에 일찍 오기 위해 밥 먹는 시간도 줄여가며 쉬지 않고 일을 하기도 했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앉을자리가 없어 손잡이를 두 손으로 붙잡고 눈을 감은채 체력을 보충해 보려고도 했다. 이렇게라도 하면 처음에는 아이들과 몇 십분 정도는 함께 놀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요구사항은 끝이 없고, 나는 적당히 눈치를 보며 아이들이 딴청을 피울 때 몰래 안방으로 들어가 누워있기를 반복하였다.


아이들은 낮잠도 2시간이나 잤고, 내일 일찍 일어나야한다는 부담도 없다. 하지만 나는 새벽에 일어나 하루 종일 각종 업무와 사람에 시달렸다. 그리고 내일 다시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해야 하기에 일찍 자야 한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그 게임에서 이겨 보기 위해 매일 새로운 전략을 짜고 실행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하였다. 실패가 계속되면 사람이 우울해진다. TV에서는 슈퍼맨들이 나온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TV를 보다 보면 자꾸 비교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질 수밖에 게임을 얼마나 더 해야 할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블록 놀이 대신 아이들을 앉혀 놓고 영어 공부를 시켜 볼까? 아이들은 잠도 실컷 자서 체력도 충전이 되어 있고, 자기들 좋아하는 놀이를 하니 재미까지 있어 지칠 줄 모른다. 결국 지는 게임을 나는 왜 계속하고 있을까? 언제쯤 나는 멋지게 아이들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고 그들을 지쳐 잠들게 할 수 있을까? 한번쯤은 자는 아이들을 미안한 마음으로 쳐댜보지 않고 승리자의 마음으로 쳐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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