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없이 자유롭게 휴가 가는 회사 만들기

회사와 근로자 모두를 위한 상생의 길을 찾아서...

by 노용기


지난 2월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박병원 회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였다.


“근로자들이 임금을 더 받으려고 연장근로를 하고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다.”


“연장근로 수당을 줄이고 미사용 연차휴가는 금전 보상을 금지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근로자들의 삶의 질도 향상되고 사회적으로 임금 격차도 줄이면서 청년고용도 늘어날 수 있다.”


나는 그의 진단은 일부 맞으나 처방은 틀렸다고 생각한다.진단이 일부 맞다고 말한 이유는 실제 주위에 초과 근무 수당과 미사용 연차 수당을 받기 위해 야근을 하고 휴가를 가지 않는 근로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야근과 휴가 반납을 통해서라도 수당을 받으려고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본인의 월급이 적다고 느껴 수당을 통해서라도 급여 수준을 높이려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일부는 집에 있어봐야 가족들 성화에 쉬지도 못하니, 차라리 회사에 남아 돈이라도 더 버는 게 낫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야근을 하고 휴가를 가지 않는 사람이 회사에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기에 나는 그의 진단이 일부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발언이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 및 청년고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각종 근로 수당을 줄여 기업의 부담을 낮추어 보고자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일이 너무 많아 야근을 하고 휴가를 가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대기업에 다니는 한 지인의 사례이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최근 경기 침체로 구조조정을 통해 상당수 직원들을 해고하였다. 이로 인해 그가 속한 팀의 직원 수도 사분의 일로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은 그대로이고 직원 수만 줄어서, 나의 지인은 네 명 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새벽에 퇴근하는 일이 잦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서 근무를 한다고 했다. 이는 나의 지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근로자들은 OECD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일하고 있다. 그래서 박병원 한국경총 회장의 진단은 근로자 대부분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 상황을 모르고 한 발언이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아닌 반영하지 ‘않은 것’다.)


우리나라는 멕시코 다음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근로시간이 긴 나라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의 처방이다. 그는 연장근로 수당을 줄이고 미사용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야 근로자들의 삶의 질도 향상되고 사회적으로 임금격차도 줄어들면서 청년고용도 늘어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 지금도 연장근로를 해도 수당을 주지 않거나, 직원들에게 연차 신청만 해 놓게 하고 정상 근무를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회사들이 상당수 있다. 이런 회사의 근로자들의 삶의 질은 경총 회장의 말대로 향상되었을까? 아니다. 결국 경총 회장 말대로 하면, 근로자의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근로자들의 급여만 줄게 된다. 또한 입금 격차를 줄이려고 한다면, 일반 근로자들과 고액 연봉 임원들 간의 입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당을 주지 않아 감소된 기업의 비용이 청년고용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 기업은 향후 회사의 성장이 확실하여 추가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신규 채용을 한다. 현행법상 해고가 어려운 정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즉,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는 시기에는 기존 인력들을 어떻게든 더 활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게다가 연장 근로를 시켜도 그리고 휴가를 보내지 않아도 수당 지급 부담이 준다면,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서 기업들은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보다는 가능한 기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한국경총 회장의 말과 반대로 연장근로 수당을 지금보다 높이고, 미사용 연차 수당에 대해 보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다음은 내가 핀란드에서 방문했던 한 기업의 실제 사례이다. 그 회사에서는 연장 근로 시 수당을 평일 근무 수당의 2배 이상을 지급한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실제 연장 근무를 통하여 월급에 2배 이상을 받은 직원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발생되는 추가 인건비는 회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래서 인사팀에서는 연장근로 신청 절차를 매우 어렵게 하였고, 연장근무가 많은 팀에는 추가 인력을 채용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직원들이 초과 근무를 하게 되면 시간 대비 생산성도 낮아지는데 직원에게 지급하는 수당만 증가하니 , 기업 입장에서는 차라리 추가 인원을 채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수당 보상 강화 정책도 연장 근무를 해도 수당 지급을 하지 않거나 시스템에 연차만 신청하게 하고 정상 근무하라고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무법천지의 회사들에게까지는 적용이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법 절차대로 추가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회사들에게는 충분히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이 기업에 부담을 준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들의 연장 근무 및 미사용 연차 수당에 대한 비용 부담을 더 크게 느끼면, 기업들은 이러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잘못된 야근 문화를 바로 잡으려고 더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불필요한 야근이 줄면 추가 수당 지급에 대한 기업의 비용도 감소하여 오히려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실제 있었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과도한 업무로 죽음을 맞이 한 두 명의 사례를 알고 있다. '과로사 직원'이 발생했다는 것, 그것만큼 기업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있을까?


한 회사에서 경기 침체로 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각종 마케팅 비용 및 접대비 등 관리 비용들을 줄였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야근으로 전기세 낭비하지 말라는 지시도 있었다. 직원들을 황당해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보통의 경우 어려움이 닥치면 이럴 때일수록 더 열심히 일을 해서 위기를 극복하자고 할 텐데 오히려 야근을 하지 말라니. 그깟 전기세가 얼마나 된다고...’ 그런데 실제 경기 침제기에는 일도 많이 없는데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필요 이상으로 자리를 지키며 야근을 할 때가 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도 안 오르는데 전기세 및 추가 근무 수당 등 각종 비용만 증가하게 된다. 그러니 사실 전기세가 문제가 아니라 불필요한 야근으로 인한 비용 절감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실제 그 회사 직원들은 그러한 지시가 있은 후 야근을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경기 침체기도 매출은 다소 감소했지만 각종 비용 절감으로 이윤은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감사 지적과 비용 절감의 이유로 야근을 절차를 매우 강화하여,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문화를 정착시킨 사례도 있다. 실제 그 회사에서 유독 한 부서의 야근이 가장 많았다. 그 부서의 직원들은 야근과 주말 근무 없이는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정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 부서는 감사를 통해 법에서 정한 시간 이상으로 초과 근무를 하는 직원이 많다는 내용과 이로 인한 발생된 비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이다. 그 후로 그 부서의 팀장은 야근 신청 절차를 강화했다. 즉, 야근을 하려면 미리 며칠 전부터 초과근무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연장 근무도 법이 정한 주당 12시간이 넘게는 신청을 못하게 했다. 물론 직원들은 현재 상황을 묵살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그런데 몇 주 뒤 그 부서의 몇 명 직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정시 퇴근을 했다. 그리고 정시 퇴근 문화가 정착되니 점점 야근하는 직원수는 감소했다. 정확한 정황은 알 수 없으나 업무를 개선했을 수도 있고, 실제 한국경총 회장의 말처럼 그 부서 직원들 대다수가 연장 근로를 소득 증대의 수단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회사는 추가 근무 수당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직원들의 삶의 질도 훨씬 더 향상되었다.

모든 시대에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 그러나 시대와 상황에 맞는 솔루션은 반드시 있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직원들의 연장 근로에 대해 그리고 미사용 연차에 대해 지금보다 더 큰 부담을 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은 더욱 자발적으로 그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의 야근 문화는 근로자의 책임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은 아직도 60~90년대 경제 성장 모델을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저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창출하는 경쟁력으로 세계시장에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원자재 비용을 절감하는데도 한계가 있으니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이 한통속이 되어 근로자의 임금만 마른 수건 짜듯 계속 쥐어짜고 있다. 그러다 정말 찢어진다. 기업이 성장해야 나라의 경제도 좋아진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더 이상 기업의 성장이 노동자들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각종 로비로 정부 정책의 보호나 받으며 경쟁력을 갖추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기업 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것도 절감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이제는 경영자들과 정치인들은 오래된 방식들을 잊어버리고, 사람 중심의 21세기에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솔루션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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