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휴직에 대한 몇 가지 오해

그리고 '휴직(休職)'과 '쉼'에 대한 생각...

by 노용기

아이들의 아빠로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지인들의 응원도 받았지만 한 편으로는 몇 가지 오해도 받았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저의 모든 사정과 생각을 다 알지는 못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크게 서운한 마음은 없었습니다. 제가 받은 몇 가지 오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혹시... 육아휴직 기간 동안 자기계발하려는 것 아니에요?"

"집안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쉬려고 휴직하는 거 아니야?"

"너, 이직 준비하려고 그러는 거지?"


육아휴직 결정에 대해 직장 동료를 포함한 주위 분들에게 말씀을 드릴 때 이런 반응을 자주 접하였습니다. 응당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아빠로서 육아휴직을 준비하시면서 이런 반응을 접하시는 분들이 상당수 있을 거라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실제 저의 평범한 하루를 소개해 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이 육아휴직을 준비하시는 분들 그리고 아빠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주위 분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전 6시 ~ 7시: 아침 식사 준비

7시 ~ 8시: 아침 식사 및 어린이집 등원 준비

8시 ~ 9시: 어린이집 등원

9시 ~ 11시: 집 청소/설거지/빨래 등

11시 ~ 12시: 휴식 (주로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거나 낮잠을 자기도 합니다. 달콤한 시간이지요.)


오후 12시 ~ 1시: 점심식사

1시 ~ 2시: 운동 (그동안 바닥난 체력도 보충하고, 아이와 몸으로 하는 놀이를 하려면 체력이 중요합니다.)

2시 ~ 3시: 장보기

3시 ~ 4시: 저녁 식사 준비

4시 ~ 5시: 아이들 하원 후 놀이터에서 놀기

5시 ~ 6시: 아이들 목욕


저녁 6시 ~ 7시: 저녁 식사 및 설거지

7시 ~ 8시: 아이들과 놀기

8시 ~ 9시: 책 읽어 주기 (보통 자기 전까지 읽어 줍니다.)

9시 ~ 11시 사이: 꿈나라...

사실 육아휴직을 하면서 하루가 정말 짧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집 청소/설거지/빨래를 2시간이나 하고, 아이들 목욕을 1시간이나 하냐고요. 그런데 아이들 목욕시킬 때도 때로는 대충 샤워만 시킬 때도 있지만, 목욕도 하나의 놀이인지라 욕조에 뜨거운 물로 채워 놓고 아이들과 함께 욕조에서 장난을 치거나, 아이들은 욕조에서 물놀이하면 저는 그 옆에서 책을 읽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목욕이 끝나면 옷 입히고 머리 말려주고 하면 1시간도 짧을 때도 있습니다.


사실 육아휴직을 하면서 하루가 정말 짧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목욕 할때도 1시간이 짧을 때도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자기계발이 가능한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집 청소/설거지/빨래를 미루고, 아이들 목욕도 아내에게 가끔씩 아내에게 부탁하면 됩니다. 그런데 돈도 안 벌고 집에 있는데, 이런 기본적인 것을 계속 미루거나 전가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할 거면 육아휴직 왜 했니?"라고 단번에 아내에게 한 소리 듣겠지요. 그리고 직장 다니면서 자기계발하면 그래도 "고생한다."라는 말을 들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육아휴직 중에 가사와 육아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자기계발을 하면, "집에 있으면서 뭐했냐?", "왜 애들하고 함께 있어야 할 시간에 자기 공부만 하냐?"라고 잔소리 듣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육아휴직에 대한 우선순위가 바뀐 생활을 하다 보면 본인 마음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동안 자기계발이 가능한가? 불가능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육아휴직에 대한 우선 순위가 바뀐 생활을 하다보면 본인 마음이 불편해 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반응, "집안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쉬려고 휴직하는 거 아니야?" 이는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 질문을 거꾸로 하면 집안에 큰 문제가 있어야 휴직이 가능하다는 뜻도 됩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이 속담대로 살아가는 가정들을 자주 봅니다. 아빠, 엄마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이 망가져 병원을 전전하고 약으로 연명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갑니다. 자녀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울고, 떼쓰고, 정신 나간 아이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다행인데, 고치지 않고 땜질로 살아가는 가정도 많습니다. 의사들은 말합니다.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저는 가정이 조금씩 삐걱대는 것을 느꼈고 고심 끝에 육아휴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통해 어긋난 뼈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내와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육아휴직을 통해 어긋난 뼈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내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르 들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면 승진에서 누락이 되는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또한 팀장에 있던 사람도 팀원으로 내려오기도 한다는군요. 몇 년 동안 일했던 회사도 그럴진대, 새로운 회사라고 육아휴직으로 최소 몇 달에서 최대 1년 가까이 일을 쉬었던 사람에게 더 좋은 제안을 줄 회사가 국내에 얼마나 있을지 조금은 회의적입니다. 즉, 이직을 생각한다면 회사 다니면서 하는 게 낫지 굳이 육아 휴직하면서 이직하는 게 특별히 더 좋은 환경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그동안 열심히 일만 하느라 망가진 내 몸과 상처뿐인 인간관계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멀어져 버린 가족들을 복원하는 시간입니다.

결과적으로 자기계발 및 이직은 회사 다니면서 준비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육아휴직은 단순히 쉬는 기간이 아닙니다. '휴(休)'직이라는 말로 인해 그런 오해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휴직'은 직무을 잠시 내려놓고, 그동안 중요하지만 놓치고 살았던 삶의 요소들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만 하느라 망가진 내 몸과 상처뿐인 인간관계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멀어져 버린 가족들을 복원하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은 우리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순간입니다. 저는 육아휴직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나 여전히 육아휴직과 육아휴직자들에 대한 많은 오해와 편견들도 공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이 조금이나마 그러한 오해의 눈꺼풀을 벗기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쉼'에 대해 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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