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만' 산다
어쩌다 보니 요즘 꾸준히 한다던가, 부지런하다던가, 열심히 한다던가 등의 말을 듣고 있다. 글쎄요... 그냥 운동을 좀 하고 있을 뿐인 걸요?
정말 끊임없이 내 스스로의 가치를 폄하하면서 존재를 의심하면서 자기비하, 혐오를 일삼는 인간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잔뜩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비는 시간에 뭘 채워넣지 않으면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저런 말을 자주 듣는 이유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내 일상에 운동이 추가 됐기 때문이다.
운동... 이 단순한 두글자는 순식간에 부지런하고 꾸준한 사람으로 탈바꿈하는데 강력한 무기가 된다. 정말 신기하지.
듣는 말과 달리 나는 여전히 속 빈 강정마냥 비어있고 공허하다. 허망하기도 하다.
누구라도 내 속을 들여다본다면 진절머리를 칠 만큼 나는 엉망진창이다. 이렇게나 형편없는데 회사 다니면서 운동도 하고 있는 내 모습은 남들이 보기에 굉장히 부지런하고 꾸준한 사람인가보다.
나는 당신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수시로, 숨 쉬듯이 못잡아먹어 안달난 사람처럼 날 못살게 굴고 있답니다. 놀랄만큼요.
그래서 열심, 부지런, 꾸준히, 대단하다 같은 말을 들으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지고야 마는 것이지. 겉과 속이 다르다 다르다 해도 이렇게 다르면 이건 좀 다른 사람 아닌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한테 뭐라 할 게 아니었지.
뭐라도 하지 않으면 한심해서 실속없이 바쁘게 사는 것 뿐.
나는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예요.
좋은 말 들으면 좋은게 좋은 거지. 왜 이렇게 애써서 하나하나 부정하고 반기를 드는지 이상하시죠.
나도 그래요. 내가 이런 사람이야.
이쯤 되니까 이젠 정말 모르겠어.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바라는 건 또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