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식탁 서랍을 뒤적거리다 로또 용지를 발견했다. 안 버렸다는 건 당첨됐다는 건데, 5천 원에 당첨된 거였나? 하는 마음에 확인을 해보니…. 웬걸, 다섯 게임 30개의 숫자 중에 하나도 맞은 게 없는, 꽝 중에서도 ‘완꽝’인 복권이었다. 아, 하나도 안 맞는 것도 드문 일이라며 일확천금을 바라는 헛된 마음을 스스로 다그치기 위해 안 버리고 두었던 게 그제야 생각났다.
하지만 난 그 후에도 복권 파는 곳을 지나가면 로또를 샀다. 사실 이번 주에 발표되는 로또도 하나 가지고 있다. 나란 사람은 일확천금의 꿈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복권은 가난한 자만이 내는 세금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동안 내가 자발적으로 갖다 바친(!) 세금은 얼마나 될까. 후후, 조금 씁쓸하다.
오늘 현미 언니와 오랜만에 카톡을 주고받다가 큰일 겪지 않고 무탈하게 지내고 있음에 감사하다는 얘기를 했다. 서로 깊이 공감했다. 언니가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 난 그냥 아이랑만 지낸다고 했다. 언니가 “좋다 그거도”라고 얘기했다.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은 거구나, 남의 입(말로 들은 건 아니지만)을 통해 이런 나의 생활이 ‘좋다’는 말을 들으니 좋은 거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 이것도 좋은 거지. 결코 나쁜 건 없으니까. 나쁜 건 전혀 없는데 가지지 못한 것을 굳이 찾아내서 우울해하는 오래된 나의 이 못된 습관. 많은 사람들의 모습일 테지만 내가 죽기 전까지 이 습관을 버릴 수 있을까.
그런 뜻에서 오늘의 감사한 일들을 적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보다 좋은 습관을 만들어 나쁜 습관을 멀리 하는 것도 한 방법일 테니.
《오늘의 감사한 일》
1. 노동요로 들은 토이 6, 7집과 페퍼톤스 노래로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 행복했다. 역시 음악의 힘은 대단해.
2. 엄마가 쪄주신 옥수수 덕분에 자연이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엄마, 정말 감사합니다.
3. 오늘도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끄적일 수 있어 다행이다. 나에게 칭찬해.
4. 오랜만에 먼저 카톡 해준 현미 언니 고마워요.
5. 멀리 일터에 있는 남편이 별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일 잘 마치고 들어간 것 같아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