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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뫼 Jun 27. 2023

멋진 ‘여복서’가 돼야지

내가 복싱이라니, 복싱이라니!!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복싱 클럽에 간 첫날! 지난주 목요일에 등록을 하고선 느긋한 마음으로 있었는데 주말이 이렇게나 빨리 지나갔다. 장마가 시작된 첫날, 비를 뚫고 떨리는 마음으로 도서관 건너편 상가 4층 계단을 올라갔다.

      

클럽 안에 들어서니 20대 남자 청년, 40대일까 50대일까? 아무튼 나보다 나이가 더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 초등학교 2, 3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그리고 내가 상담받은 관장님이 있었다. 아주머니는 이미 운동을 마치고 러닝머신을 걷고 있었는데 나가실 때 모습을 보니 군살도 없고 활력 가득한 얼굴이 좋아 보였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40대를 맞이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먼저 거울에 붙어 있는 운동 전 스트레칭 동작 16개를 보고 몸을 풀었다. 왜 스트레칭도 쉽지 않은 거지? 집에서 혼자 편한 대로 몸을 푸는 것과 사진과 설명을 보고 자세를 취하며 몸을 푸는 게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조금 오버해서 예전에 요가를 배울 때 느낌이었달까?  

   

스트레칭 후엔 내가 가장 걱정했던 순서, 줄넘기를 했다. 20년 만에 돌려보는 줄넘기가 처음엔 정말 낯설었다. 내가 이 정도였나? 몸 안에 운동 세포가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히 소멸 직전이었나 보다. 다시 세포가 살아난 듯 제법 박자를 맞추며 착착- 뛰고 있는데 이번엔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쥐가 난 것처럼 부드럽게 펴지지 않으면서 통증이 세게 느껴졌다. 발바닥이 아파서 계속 멈출 수밖에 없었다. 관장님은 운동 자극이 너무 없어 오랜만에 하려니 아픈 거라고 했다. 신발이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주말엔 운동화를 하나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체육관(아무래도 클럽보다는 체육관이라는 말이 입에 붙는다)의 타임벨은 3분, 1분을 번갈아 가며 울린다. 3분은 운동을 하고 1분은 휴식을 하라는 의미다. 3분은 왜 이렇게 길고, 1분은 또 왜 이렇게 짧은지. 그동안 참을성, 지구력과는 먼 삶을 살아온 나를 느꼈다(아, 좋은 시절이었지…).  

    

복싱의 기본자세도 배웠다. 사선으로 서서 발은 안쪽으로 조금 모은 다음 왼쪽으로 1cm를 갔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발의 기본 동작. 손은, 왼손은 눈썹 앞에 두고 오른손은 입술 라인 옆에 붙이고 있다 왼손만 앞으로 쭉 뻗으면 된다. 손과 발을 같이 움직이면 이게 바로 ‘쨉’이 되는 거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손과 발을 동시에 하면 안 된다는 점^^. 발이 뛸 때 몸도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데 발과 몸이 움직일 때 약간의 시간차가 있으니 몸이 흔들려 멋져 보이지 않았다(이왕이면 멋지고 싶다). 그리고 큰 거울 앞에 서서 몸이 따라주지 않는 걸 하고 있으니 내가 더 뚱뚱하고 못 생겨 보였다(크고 까만 체육복 때문이라고 물 타기를 해봐도 과체중인 건 팩트).      



거울 앞에 선 멋진 나의 모습을 그리며 일단 한 달 열심히 가 보자. ‘여복서’라고 쓰여 있는 탈의실에 들어가면 안에 이런 문구들이 쓰여 있다. ‘운동하는 고통보다 비만인 나를 보는 게 더 큰 고통이다.’ ‘어제의 나는 내일 할 거라고 말했다.’ 그나저나 ‘여복서’라는 말이 너무 멋있다. 큰 거울 앞에 서서 나의 몸을, 나의 얼굴을, 나의 눈빛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23.06.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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