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간다고 삶이 바뀌나? 멀쩡한 직장 뭐하러 그만두고 나오는데? "
2017년. 한국을 떠나기 전. 세계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이 들은 말이다. 그 때 당시에 다니고 있던 직장은 내가 살던 지역에서 꽤 유명하고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취직했을 때 부모님은 물론 주변 지인들도 많이 축하해주셨었다. 기쁜 마음으로 출근하고 직장인스러운 삶에 자연스레 물들어 갔다. 이른 아침, 통근 버스, 믹스커피 한 잔, 민원인 스트레스, 퇴근 후 맥주 한 잔...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하지만 안정된 삶이었다.
그런데, 왜 자꾸 불안했을까?
모든 상황이 안정을 나타내는 지표를 향하고 있는데 내 마음 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휙 차올랐다가 사라지곤 했다. 매일 반복되는 삶이 5년 뒤, 10년 뒤에도 이어지는 상상을 하니 숨이 턱 막혀왔다. 육체는 살아있을지언정 정신은 메말라있을 것 같았다.
두번째는 시간이 지나 경력이 쌓인다고 하더라도, 그 오랜 시간이 나의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직군이 아니었다. 당장 오늘 그만둔다고 해도, 바로 내일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능한 업무였고 성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직장의 유니폼을 입지 않으면 어딜 가도, 나이가 들어도 그냥 그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고민이 많은 내 머릿속을 망치처럼 내려쳐준 트리거가 있었다.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둔 어느 날, 나의 휴가 일정을 선배에게 물었다. 그리고 선배는 한 껏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 니까짓게 무슨 휴간데? "
모든 게 정리가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직장을 그만두고, 그 직업을 버리기로 다짐했다. 그 선배가 안하무인으로 나를 무시한 것도 있지만 내 위치가 그랬다. 나의 일이 그랬다. 세상으로부터 받는 대우를 바꿀려면 악을 쓰고 기를 써서 나의 능력을 위치를 끌어올려야했다. 굳은 마음이 생기니 생각이 정리되고 곧 액션리스트를 작성했다.
퇴직금까지 받고 그만두기 위해 몇 개월을 더 일하고 월급에서 30만원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적금에 넣었다. 뭐든 돈이 있으면 시작하기 쉬우니까.
내가 대학생 때 꿈꿔왔던 것을 살펴봤다. 글쓰기, 작가되기, 세계여행하기 등 여러가지가 있었다. 지금 아니면 정말 못할 것 같은 것을 고르려고 하니 단 1개가 눈에 띄었다. 세계여행
2016년 말부터 차근히 준비 해, 2017년 2월에 떠났다. 돌아오는 티켓도 없이 편도티켓 하나들고 김해공항으로 출국했다. 훅 덮쳐오는 두려움과 무서움에 엉엉 울면서 엄마랑 헤어졌다.
그리곤 펼쳐졌다. 내 인생을 바꾼 150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