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가J Sep 12. 2023

8박 9일을 걸어 안나푸르나를 만나다. (1)

동남아를 약 한달동안 돌아다녔다. 미얀마에서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 태국까지 혼자 잘 돌아다녔다. 

물론 사건 사고도 많았지만, 엄마는 나의 멘탈을 붙잡아주었고 여행을 계속 이어나갔다.

출국 전, 여행지를 검색하다 우연히 마주한 블로그. 평범한 누군가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했다. 



' 히말라야를 올라간다고? 그게 가능해? 엄홍길 같은 사람만 가는 거 아냐? '



눈이 번쩍 뜨여 초록색 창에 검색해보았다. 일반인들도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는 등정이 가능했다. 이름하야 ABC EBC 트레킹.



내가 몰랐던 세상이 정말 많구나! 이걸 해봐야겠어.



갑자기 엔돌핀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흥분이 내 온 몸을 뒤덮었다. 장비며 경비며 신나게 검색하다가 보게된 또 다른 블로그.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내려왔다는 사람이었다. 평소에 운동도 하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등산을 했다가 고산병을 얻어 내려왔다는 후기였다.


' 나도 운동안했는데? 고산병이 그렇게 힘든가? 나도 걸리는거 아냐? '


엔돌핀은 급격하게 저하됐고 출국하는 그날까지 등반을 할 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다. 못가면 어쩔 수 없지 하는 생각으로 동남아를 떠돌았는데 그냥 관광하는 도시는 너무 재미없었다. 하롱베이도 다낭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나는 직접 몸을 움직이고 성취해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먼지 가득한 카트만두에 도착하자마자 히말라야가 깨끗이 씻어놓은 공기를 맡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 날 바로 포카라로 갔다. 8시간의 지옥같은 비포장 도로를 달렸다. 버스 안에서는 바퀴벌레도 나오고 온갖 곤충과 벌레들이 가득했다. 옆에 앉은 외국인과 사이좋게 번갈아 벌레를 잡다 보니 어느샌가 도착했다. 

히말라야의 도시에.


호객꾼들을 물리치고 숙소까지 걸었다. 카트만두의 탁한 공기를 마시다가 포카라의 맑은 공기는 30분을 걸어도 계속 맡고 싶었다. 한국인 분이 운영하시는 숙소에서 장비도 빌리고 미리 이야기를 나눈 동행을 만났다. 

오랜만에 먹는 한국식사로 몸도 마음도 푸근해지고 일찍 잠이 들었다. 

설레임과 걱정으로 잠이 쉬이 오지 않았지만 하나만은 분명했다.

내 인생에 절대 잊지 못할 순간이 온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