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진정한 권력자, 은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알록달록한 간판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권력자
그 앞을 지나다니며, 적금이자율만 눈을 흘겨 살펴보았던 나는
적금, 예금통장을 만들러 개인예적금 창구만 가던 나는
돈 맡겨놓으면 짭짤하게나마 이자도 챙겨주며 친절했던 은행은
30대가 지나서야, 서로의 진면목을 알아보게되었다.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들의 CF 뒤에 숨어있던 자본주의 대장
늘 곁에서 힘이 되고, 비가 오면 우산 씌워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나서서 도와준다던 그들.
그짓말 하고 있네.
" (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갚을 능력이 되고, 소득이 높으면 더 좋고, 금리 높은 대출상품을 이용하려 한다면) 늘 곁에서 힘이 되고, 비가 오면 우산 씌워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나서서 도와줄게" 였다.
" 돈, 2천만원 없어요? "
나라에서 중소기업청년들 알뜰하게 대출받으라고 상품을 만들어주었다. 중소기업청년대출.
금리는 1.5 %, 최대대출한도는 1억, HUG 보증보험가입 필수, 사고나면 HUG에서 은행으로 갚아주고
HUG가 집주인에게 채무변상을 요구하는 시스템이다.
이거 완전 개꿀이잖아.
그래서 이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불나게 뛰어다녔다. 그런데 세상은 종이위에 글자로 대변되지 않았다.
이 상품은 은행에서 기피했고 취급하는 지점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그리고 이 상품을 받아주는 지점의 행원을 만나는 것도 쉽지않았다.
대놓고 귀찮은 티 내는 행원도 있었고 갖가지 이유들며 받아주지 않은 행원도 있었다. 그 중에 최고는
" 이거 보증금 100% 대출말고 80%대출도 있는데 왜 이렇게 100%만 이용하려고 하세요?
돈 2천만원 없어요? "
부아가 목구멍까지 치민다는게 이런말일까?
나라에서 청년들 쓰라고 만들어놓은 상품 쓰겠다는데,
왜 이딴 소리까지 들어야하는지 화가 치밀어 그 은행애 컴플레인 걸까 생각했지만,
다가오는 이사날짜에 다른 은행찾고 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정색하는 표정으로 끝냈다.
돌아오는 길에 입에서는 쌍욕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내 다른 생각도 들었다.
늦게나마 자본주의를 깨달았고 그 시스템안에서 내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겠다는 것을.
내 능력이 이정도니까 감수해야지 같은 바보 같은 결론 말고,
' 잘 살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 ' 를 실현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출승인 받았다.
행원도, 대출상품의 규정을 잘 몰랐기에 인터넷 찾아가며, 뒤져가며 상품을 공부했고
규정에 맞는 상품을 찾아 가심사를 받고
착한 집주인을 만나 계약을 하고 대출승인 받고 이사를 했다.
" 가심사 여러번 해줬는데, 또 해달라고요? 좀 너무한데... "
" 부탁드릴게요. "
' 니가 저번에 대출 승인 된다고 한 집,
찾아보니까 HUG 보증서 발급안되는 집이었단 말이야. 난 이제 나만 믿을 거야 '
이 세상 믿을 건 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오늘도 독하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