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곳으로 이사할 때, 지도를 펼쳐놓고 제일 먼저 찾아봤던 곳이 도서관과 공원이었다. 나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줄 수있는 두 공간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 이사한 곳에서 걸어서 15분 정도면 도서관과 강에 도달할 수 있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꽤 버거운 거리이겠지만 매일 같이 생활하는 집의 쾌적함을 생각하면 일정부분 양보하고 일정부분 만족을 유지하고 있다.
20대에는 멋도 모르고 살았다면 30대는 살려고 하는 운동이라고 했다.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뭔가 더부룩하고 숙취에서 회복하는 것도 영 시원찮다. 사람만나러 가는 것도 휴식의 일부가 되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스케쥴이 되어 함께 있는 그 순간도 집에 가는 지하철 안을 생각하게 된다. 나의 건강에 휴식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그만큼 체력에도 빨간...불 까지는 아니어도 주황색 불이 들어오고 있다.
" 나잇살쪘다. "
지나가는 세월에 저항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체력과 건강만큼은 저항해야하기 때문에, 런데이 어플을 켰다. 숨차고 땀나는게 싫은 저질체력 소유자가 운동화에 운동복을 입고 강가로 향했다. 핸드폰으로 킨 러닝어플에서는 힘찬 노랫소리와 응원하는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봄과 여름 그 중간의 서늘하면서도 시원한 날씨. 적당한 온도와 습기에 사람들로 강가는 가득 차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제각기 자신의 신체에 대한 예의를 다 하고 있었다.
" 나만 세월 앞에 여유부리고 있었군. "
크루들과 함께 뛰는 클럽사람들, 담소를 나누며 걷는 모녀, 땀에 흠뻑 젖은 셔츠를 입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러너들. 그 가운데 런린이는 1분 뛰고 1분 쉬며 그 흐름에 살포시 발을 들였다. 그리고 4주차가 되었다.
8주 플랜에 반환점을 돌기 시작했다. 이제는 3분으로 러닝타임이 늘어났고 달리는 시간도 점점 즐기게 되었다.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삶의 주도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복잡한 머릿속은 운동하면서 분출된 아드레날린으로 건설적인 생각들로 가득찼다. 이게 운동의 참맛일까. 의무와 자존감사이 그 어딘가에서 운동은 천천히 내 일상에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나잇살쪘다. "
" 러닝해서 근육이 붙은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