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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J Jul 08. 2024

10시간 야간기차, 껌이지!

동남아시아에서도 인도, 터키,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참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줄곧 버스만 탔다.

진짜 목숨이 왔다갔다 할 것 같은 곳에서는 비행기를 탔지만 그 외에는 정말 열심히 버스를 탔다. 현지 문화체험 이런 건 여행가스러운 답변이겠지만 나는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물과 과자를 건네며 긴장한 외국인을 위로해주는 현지인도 있었고 하얀 눈동자들이 나만 바라보는 사뭇 긴장했던 도시들도 있었다. 창문없는 인도의 기차에서 하룻밤은 아직도 생생하다. 자고 일어나니 얼굴에는 까만 먼지가 가득 묻어있었고 머리카락은 빗겨지지도 않았다. 해가 지면 오들오들 떨릴 정도로 추웠다가 여명이 밝아오면 눈 앞이 아찔해지는 더위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300원짜이 짜이는 3등석 기차칸의 애환을 달래주는 맥심 믹스커피였다. 3등석 기차칸은 여행객의 모든 혼을 빼앗아갔지만 자꾸 생각이 난다. 훅 떠나가버린 연인같달까. 다시 만나면 땅을 치고 후회할 걸 알지만 다시 보고 싶은?

3등석 기차칸은 그래도 누울 수는 있었다. 아프리카 버스는 premium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90도로 젖혀진 버스, 10시간이 넘는 이동은 기본, 해가 지면 어슬렁거리는 부랑자가 무서워 물도 아껴먹었다. 2박 3일간 먹은 거라곤 바나나 몇 개와 사과. 그리고 물. 국제 미아 되는 건 아닌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리는 건 아닌가 걱정을 잔뜩 끌어안고 밤을 지새며 대륙을 가로질렀다. 마침내 흔들거리던 버스에서 내려 땅을 밟았을 때는 이미 여행에 대한 로망이고 나발이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5시간의 애교스러운 버스여행을 끝내고 발을 땅에 디디면 택시기사들과 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누가 먼저 말을 거느냐에 따라 가격협상주도권을 뺏길수도 가져올수도 있다. 슬금슬금 다가오는 그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다 결국 승질을 내기 마련이다. 이억만리 먼 땅에서 온 외국인에게 바가지 씌우는 그들에 잠시 서러워졌지만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운 좋게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도 했고 협상에서 지기도 했다. 협상력이 길러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승질머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까지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런 경험들 자체도 여행이고 성장이기 때문이다. 3등석 기차칸을 달리고 달려 도착한 자이살메르의 사막, 2박 3일간의 버스 이후에 마주한 빅토리아 폭포, 외국인을 진심으로 도와주었던 어느 현지인의 친절. 

문밖으로 나와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 과정을 견뎌내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다. 떡! 하니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내 삶의 바운더리가 넓어지는 순간은 숨이 턱까지 차오른 마라토너가 결승선을 넘어서야 눈 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여행을 멈출 수 없다. 여행은 성장이고 매일 싸우지만 만나면 불이 붙는 연인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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