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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J Sep 18. 2023

내가 겪어본 인도는, 뉴스랑 달랐어요

" 아... 진짜 망했다... "


바라나시 공항에 도착해서 시내에 들어오니 시간은 9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밤거리는 안그래도 무서운데 설상가상으로 핸드폰 배터리마저 간당간당했다. 약 3% 만이 남아있었다.


여성에서 특히 위험한 곳으로 악명 높은 인도이기에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사건사고들이 떠올랐다.

제 키만한 짐을 짊어지고 잔뜩 겁먹은 여행자는 표적이 되기 쉽다.

손에 무기처럼 쥐고 있던 핸드폰이 마침내 수명을 다했을 때,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내가 서있던 바라나시 골목은 지도에도 제대로 표시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했고 밤거리를 헤매는 들개들이 어슬렁 주위를 맴돌았다. 소들의 오물이 군데군데 널려있었고 까만 피부에 흰 눈만 껌뻑이는 현지인들이 나를 슥 쳐다보며 길을 지나갔다.


" 나 어떡해... . "


무서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네팔에서 비행기를 바꿔타고 넘어오느라 하루 종일 먹은 게 아무것도 없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씻지도 못해, 배도 고파 길거리 한 가운데 주저앉아 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발걸음을 옮겼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서 일단 벗어나기로 했다.


여전히 손에 핸드폰을 무기처럼 쥐고 걸음을 옮겨나갔다. 고개를 휙휙 뒤로 돌리며 앞 뒤를 주시하며 가로등이 밝은 곳을 향해 무작정 걸어갔다. 들개들과의 눈싸움은 보너스였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오고 간간이 음악이 들려오는 곳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걸음이 빨라졌고 마침내 한 라씨가게에 도착했다.



가게를 마감하던 청년에게 물어봤다.



" 혹시 핸드폰 충전가능할까? 숙소를 가야하는데 배터리가 없어. "

" 당연하지. 숙소가 어딘데? "

" 호미 게스트하우스. 알아? "

" 응 저기서 우회전하고 좌회전해서 직진하다가 우회전 한번 더 하면 돼. "

" 모르겠어..... 시간 괜찮으면 데려다줄 수 있을까? "

내 뱉고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가... 멍해졌다. 그건 그 청년도 마찬가지였다.


벙찐 표정을 하고 있던 그는 대답했다.


" 그래! "


잠시 사장에게 말하고 그는 나를 게스트하우스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그는 환하게 웃으며 잘가라고 손 흔들어주었다.

인도에 대한 무서움이 한 풀 꺽이는 순간이었다.

아니, 인도가 사랑스러운 나라로 바뀌던 순간이었다.


다음 날 찾아간 라씨 가게의 인도청년이 내어준 라씨.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라씨를 내어주는 그에게 말했다.


" 사진 찍어도 될까? 인도인들의 친절함을 기억에 남기고 싶은데. "

" 당연하지!!! "



갠지스강에서 마주한 스님들은 처음엔 사진 찍자더니 찍고나서는 돈을 달라고 했다. 귀여웠다.

여행자라고 돈을 올려부르다가 제 값을 말하는 여행자에게 능청스럽게 답을 하는 사장님들이 많다. 귀여웠다.


갠지스강 한 쪽에서는 샤워를 하고 있고 한 쪽에서는 시신을 태우고 있다.

각종 벌레들이 날뛰는 강가에서 인도 사람들은 경건한 표정으로 의식에 임했다.

신호등 하나 없는 복잡한 도로에서 사고 없이 그들만의 룰을 지키는 혼란 속의 질서정연한 곳. 인도.


미디어 속의 무시무시한 단어들로 설명되기에는

인도는 매력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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