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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J Sep 20. 2023

인도 자이살메르, 별들의 노래


인도의 땅덩어리는 굉장히 크다. 인도의 동쪽 끝 바라나시에서 인도의 서쪽인 자이살메르까지 가려면 몇날 몇일을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달려야 한다. 버스 4~5시간만 타면 땅끝 남해에서 서울까지 올 수 있는 한국에서 살다가 인도에 오니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지루한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인도의 아이들



그래도 10시간이 넘는 이동을 강행하며 나름의 도가 텄다. 

휴대폰 속에 저장된 음악파일 순서를 외울 때까지 듣고 

앙증맞은 손과 통통한 볼살로 버스며 지하철을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과 놀면 된다. 

피부색도 생김새도 다른 외국인들을 보면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두려움없이 다가온다.



아직 세상에 무서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그들의 눈은 순수하고 깨끗하다.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뉴스와 여행후기사이트에서 본 여러 사건사고들 때문에 나는 이동할 때면 눈을 치켜뜨고 경계했다. 


세상을 비슷하게 알고 있는 어른들은 적당한 경계와 적당한 친절로 무언의 합의가 된 선을 넘지 않는다. 속마음 가득담긴 말도 마음에만 머무르고 있을 뿐,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순수한 마음에 건넨 말일지라도 100% 그 의도가 전달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을 건네는 사람에게 뭔가를 타지 않았을까 의심하게 되고, 

길을 안내해준다는 사람 뒤에서 핸드폰과 귀중품을 한 번더 체크한다. 

나를 지키는 방법이고, 내 세상을 지키는 방법이다. 

이 세상에 친절과 사랑만이 가득하지 않다. 


아이들이 커서 마주할 세상에는 사랑과 행복 환대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적당한 의심과 거리두기로 그들의 삶을 지킬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어른일까? 아이들이 마주할 세상을 아릅답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걸까?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그들의 옆에 마음이 넓은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




자이살메르의 밤



'한 낮의 온도가 40도를 넘어가는 자이살메르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누르면 멋진 사막을 볼 수 있습니다' 라고 적고 싶지만 더 더운 사막으로 들어가게 된다. 더 커진 탈출욕구를 한번더 눌러야 한다.


나의 피부에 햇살이 날카로운 무언가를 들고 내리꽃히는 것 같다. 

한국의 여름은 덥고 습하지만 인도의 사막은 매우 덥고 건조하다. 

해가 하늘의 한가운데 떠오른 제일 더울 때 10분 서있으면 체감온도가 50도가 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사막의 더위를 느낄 수 있을까? 

물을 아무리 먹어도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나올 수분이 없다.


인도는 이렇다. 뭐든지 극한을 보여준다. 

바라나시에서 극한의 악취와 혼돈을 경험했다면 

자이살메르는 극한의 더위를 느끼게 해준다.


그래도 사람들이 인도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극한을 견딘자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낙타들이 메고온 아이스박스에서 보물처럼 맥주를 꺼낸다.

해가 진 사막은 어느정도 살 만하다. 정확히 말하면 숨을 쉴 수 있을 정도이다.

얼굴을 칭칭 싸맷던 옷가지를 벗고 높은 모래언덕 위를 달려간다.

가이드가 어디에선가 들고온 포대를 타고 씽씽 내려온다.



얼굴에는 모래 반, 땀 반이지만 그 찝찝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1분 1초가 즐거움과 행복함으로 가득 찬다.

맥주 한 모금에 지는 해를 바라보고

또 맥주 한 모금에 황금빛을 띈 사막을 눈에 담는다.


또 새로 한 캔을 따서 모닥불에 노릇노릇 익어가는 치킨과 함께 먹는다.

핸드폰으로 틀어놓았던 음악소리는 어느새 우리들의 말소리에 묻힌다.

우리들의 말소리도 잦아질 때면 머리 위 하늘에 펼쳐진 별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선율이었다.


우리들의 웃음소리와 행복함

아무런 걱정없이 웃고 떠드는 즐거움

적당한 취기에 오르는 흥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장작소리와 추임새를 넣어주는 낙타의 울음소리


그 날만큼, 우리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반짝이고 빛났다.

잊을때가 더 많지만 그 날의 별들은 아직 내 마음 속 한 구석에 떠있다.

자이살메르가 떠오르는 날이면 다시 그 별이 노래부른다.


" 지칠때면 돌아와, 자이살메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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