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인척 하는 나의 성장기 5
MBTI를 아주 여러번 해도 극단적인 ENFP가 나왔다. MBTI를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격적인 설명이 잘 들어맞는거 같았다.
아이를 낳고 (어쩌면 임신하면서 부터) 파워E였던 내가 슈퍼I가 된 것 같다. 정말 친한 친구 두어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만남을 가지지도 않고, 회사-집을 오갔다. 물론 자궁경부가 짧아 누워만 있으라는 처방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해도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았다.
평소 나의 모든 소식을 널리널리 퍼뜨리는 나였는데, 오히려 주변에 임신을 널리 알리지도 않았고, 출산도, 아이도 SNS에 즉시 알리지 않았다. 주변에서 하도 조심스레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서 결국엔 인스타에 알렸지만, 아이 사진을 직접적으로 올린 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다.
원래 나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연락하고 만나는 걸 상당히 좋아했다. 물론 친한 친구 몇 명과 깊은 속 얘기를 나누는 것을 더 좋아했지만 그래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같이 보내고 새로운 곳을 가는 게 즐거웠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 만나는 게 즐겁지 않고 지쳐갔다.
결정적인 계기는 없었지만, 임신하는 즈음에 가깝게 지내던 몇몇과 아주 연락을 안하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 오해가 있어서 그걸 결국 나도 그도 풀지 않아서 연락을 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평소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던 이가 결국 훌쩍 선을 넘어서 내 쪽에서 끊어버린 경우도 있다.
그 중 한 사람은 아예 이유를 모른채 연락을 안하게 되었는데, 자주 연락하고 가까이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뚝하고 연락이 끊겼다. 내가 몇번 만나자고 하는데 바쁘다고 하다가 연락도 뜸해졌는데, 뭔가 감으로 일부러 피하는 걸 알았다. 그러니 자연스레 나도 연락을 안하다가 아이를 낳기 얼마전에 안부차 마지막 인사차 문자를 서로 주고 받고 끝이 났다. 나는 아직도 왜 그가 갑자기 어떤 이유 때문에 나와 멀어지고 싶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그 이유가 궁금하고 대체 내가 뭘 잘못했나 곱씹게 된다. 마음을 많이 줬던 사람이라서 뭔가 크게 상처가 되었다. 오랜기간 동안 알고 지낸 사람은 아니지만 아주 깊게 교류하던 사람이라서 더욱 상처로 남았다.
그래서인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 벅차게 느껴졌다. 요즘 엄마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접할 때 마다 겁이 생기고, 마음을 닫게 됐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교육 방식이 다른 많은 아이의 친구 엄마들을 마주해야 할텐데 앞으로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라는 물음이 벌써부터 뭉개뭉개 피어올랐다. 거리를 두자니 소외될 것 같고 가까이 하자니 말 많은 세상속으로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됐다. (벌써부터)
새로운 사람에게 아무런 편견없이 편하게 대하던 나였는데, 다른 누군가와 교류를 하는 것 자체가 벅차게 느껴지는 걸 보니 나도 기성화 되나보다. 익숙한 것만 찾고 그 안에서만 편안하게 있고 싶은. 그냥 새로운 누군가 자체가 부담스럽다.
이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내야 한다. 세상에는 잘 지내는 것과 잘 지내지 않는 것 그 두가지만 있는게 아닌데, 나는 참 극단적이어서 파워E 아니면 슈퍼I가 되는걸까. E와 I 그 중간 어딘가에 자리해도 되는데 말이다. 상냥하고 예의 바르지만 만만하지 않고 강단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니까. 최소한 엄마가 엄마들 사이에서 제대로 못해서 아이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아이의 사회생활 시작이, 곧 나의 또다른 사회생활 시작이라니. 언제나 시작은 어렵고 두렵지만, 피할 수 없으니 적당하고 편안하게 해봐야겠다. 그래야 아이도 그럴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