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인척 하는 나의 성장기 9
아이가 나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때, 남편이 아이를 보면서 "완전 김유정이네"라고 한다. 사실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는다. 나를 닮지 않았으면 해서다. 이런 얘기를 남편에게 했는데, 남편은 "자기가 장점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그런 생각하지마"라고 했지만 사실 그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굳이굳이 장점을 찾아내라고 하면 왜 나라고 장점이 없겠는가. 나는 스스로 장점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혹 장점으로 보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잘 포장된 단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나를 닮지 않았으면 하는거다.
나는 끈기도 없고, 쉽게 잘 포기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쉽게 좋았다가 쉽게 질려하고, 욱하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부정적이고, 질투도 많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도 크다. 물론 내 주변의 누군가는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놀라워하고,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모습은 잘 훈련된 내 사회적 가면이다. 사실 어떤 일정 부분에서는 나는 나를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내가 살아남았기 때문이지, 내가 훌륭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못난 사람이다.
누구나 스스로를 생각하면 스스로만 아는 나의 단점과 밑바닥을 아니까 후하게 평가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나를 아니까. 너는 나를 다 모르니까 그렇게 알 수 있겠지.
이런 나라서 아이는 나를 닮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은 아이도 가질 수 없다는 문구를 보았다. 그래서 나는 나를 바꾸기로 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 아이는 닮지 않았으면 하는 점, 아이는 가졌으면 하는 것을 나도 가져보기로 했다. 끈기 있게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는 것, 스스로를 평가절하하지 않을 것, 사람 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에서 잘 유지하는 것,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 등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람은 보는 것을 그대로 배울 수 밖에 없고, 말로 아무리 떠든다 해도 한번 경험한 것을 체득할 수 밖에 없다. 엄마로부터 배우는 것이, 체득되는 것이 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점은 엄마를 닮아서 좋아! 라는 점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살아낸다.